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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황진선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11일(金)
문 총장의 ‘열린 행보’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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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문무일 검찰총장이 연이은 파격 행보로 이목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한시(漢詩)를 읊고, 이철성 경찰청장을 깜짝 면담하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지도부를 방문했다. 지난 8일 연 첫 기자간담회는 TV 생중계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유력 정치인을 방불케 한다는 비아냥도 있지만, 그보다는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다. 간담회에서는 과거에 검찰이 잘못 처리한 인혁당 사건과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 등에 대해 사과하고, 검찰의 주요 사건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외부 전문가가 심의토록 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설치 등의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외부의 개혁 바람을 누그러뜨리려는 선제 방어 조치가 아니냐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런 비판은, 검찰은 손 놓고 있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것은 개혁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수사심의위원회를 들러리로 세워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비상설 임의 기구가 아니라 법적 기구로 격상하고 외부의 중립적 인사로 구성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문 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독자적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개혁안이 나오는 대로 법무부는 물론 국회의 검찰 개혁 논의 과정에 참여해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 총장의 간담회 다음 날인 9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킨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제도화된 개혁 방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문 총장과는 결이 다른 강력한 검찰 개혁을 주문했다. 위원장을 맡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17명의 위원은 대부분 개혁 성향이 강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독자 개혁안을 통해 추진할 핵심 사항은 정치적 중립, 인사의 독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간담회에서도 “검찰이 바르게 서려면 가장 중요한 건 정치적 중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립,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의 무소불위의 형사사법적 권한 탓에,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이 ‘정권 안보’에 검찰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되고, 검사들도 승진이나 중요 보직을 바라며 스스로 정치 권력화하기 쉽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권을 분산하고 견제해야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중립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문 총장은 공수처 설립과 수사권 조정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급적 수사권, 수사지휘권, 독점적인 기소권 같은 기왕의 형사사법적 권한을 유지함으로써 조직의 동요를 막아 안정 속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은 검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의 ‘셀프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은 문 정부 출범 후 제1호 개혁 대상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공수처 설립은 옥상옥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데다 국민의 찬성 여론이 80%에 이른다. 교통사고나 단순 폭력사건 등에 대한 수사권도 경찰에 넘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총장이 검찰 안팎의 개혁 바람을 잘 조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검찰권을 기득권으로 여기고 개혁 요구에 오불관언(吾不關焉)했던 전 검찰총장들과는 달리, 열린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을 놓고 다퉈야 하는 이철성 청장에게 검찰과 경찰은 동반자라고 했다. 간담회에서는 바르고 투명하고 ‘열린’ 검찰상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할까 한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검찰의 활동을 있는 그대로 보여 드리고, 한편으로 통제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2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국회에서 끌어낸 결론을 저희가 존중하고 잘 따르도록 하겠다. 어떻게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처방이 나오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검찰은 정치적인 우군 확보를 포함해 자신의 개혁안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탈권위적인 열린 자세로 국민과 정치권과 소통하는 문 총장의 모습은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개혁안을 결정하면 수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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