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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11일(金)
진짜 위기는 北核무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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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부장

최근 미·북 간에 오가는 군사 용어 수위만 놓고 보면, 한반도는 아마겟돈 전쟁 수준이다. 악에 받친 김정은이 ‘서울 불바다’ ‘핵전쟁’까지 들먹이며 극도의 전쟁 공포를 조장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이 자신의 밥그릇(통치자금)을 모조리 걷어차려는 데 대한 최후 발악의 위기감의 표현이다. 김정은 밥그릇은 초강경 제재와 천문학적인 핵·미사일 개발비로 반 토막 났고, 돈줄은 더 바싹 말라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나서 ‘화염과 분노’ ‘북한 정권 종말과 국민 파멸’ 등 아마겟돈 전쟁을 연상케 하는 살벌한 용어로 김정은을 압박하는 이유다. 하지만 강 대 강 기 싸움으로 한반도 전쟁 현실화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엔 또 다른 여유로운 세상도 존재한다.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휴가를 떠난 뒤 복귀한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토리·찡찡이·마루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소식을 전한다”고 했다고 한다. 국민의 불안감을 달랠 의도로도 보이지만, 핵전쟁의 공포에 초연한 듯한 청와대의 ‘초인적 평정심’에 안도감보다 아찔함과 낭패감이 엄습한다는 ‘간 작은’ 국민도 적지 않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9일 “한반도 위기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은 뻥”이라고 한 발언과 오버랩된다. 뒤끝이 개운찮다. 밖에선 야단법석인데 정작 북핵을 머리에 둔 우리는 심드렁하게 강 건너 불구경하는 이 엄청난 역설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에겐 북한 핵에 대해 상이한 두 가설이 존재한다. 북한의 핵 개발은 순수하게 ‘자위용’이며, 같은 민족을 절대 공격할 리 없다는 ‘내부 결속용’이 첫째다. 북핵은 ‘대남적화용’으로, 발톱을 숨긴 공격용 무기라는 것이 두 번째다. 기름과 물 같은 두 견해가 한반도 대북정책을 교대로 지배한 결과, 북핵 폐기는 실패했다.

미·북 간에는 단순히 ‘말의 전쟁’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24시간 펼쳐지고 있다. 미국은 사실상 ICBM·SLBM 개발 완료를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레드라인이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미군이 군사정찰위성을 총동원, 김정은 참수작전과 정밀타격 시나리오 작성 등 가능한 모든 군사옵션의 가능성을 정밀 평가하고, 가용 가능한 전력자산을 한반도에 투입해 실전 같은 훈련을 하고 있다. 북한은 핵미사일 전력으로 미군의 전시증원 전력 개입을 차단하고, 휴전선에 전진 배치된 20만 특수전 병력을 개전 초기 기습 전개하는 전시 대비 훈련을 숙달·단련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와 지지율 약화로 불안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핵 과대망상과 소영웅주의에 빠진 김정은의 오판과 충돌하면 ‘말의 전쟁’이 진짜 ‘아마겟돈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위험한 전조다. 김정은 통치자금 말리기를 위한 경제봉쇄 정책을 일관되게, 더 힘있게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전쟁을 막고 북핵을 폐기하는 유일한 길이다. 한국, 미국, 중국 누구도 한반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중국을 북핵 폐기 전열에 동참시켜 한·미·중·일 공조를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북핵 문제의 진짜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보지 못하는 우리 내부의 무감각과 분열에 있다.

csjung@
e-mail 정충신 기자 / 정치부 / 부장 정충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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