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신소영 작가의 ‘일상 속 고양이2’(모노타입, 116.8×80.3㎝). 금산갤러리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민경 작가의 ‘Space. Object’, 실크스크린, 30×30㎝, Ed. 1/33.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예지 작가의 ‘The shelf of emotions’, 에칭&실크스크린, 42 ×48.5㎝, 모노타입.
- 금산갤러리, 신예 6人 ‘스페이스 클리어링展’
추계예대 판화과 12·13학번
다양한 주제·기법으로 도전
무한정 찍어내는 상술 비판
‘단 한 장 찍는 판화’도 전시
얼마 전 영국 출신의 팝아트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가짜 판화가 온라인을 통해 무려 40만 달러어치 유통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준 적이 있다. 가짜로 판명된 데이미언 허스트의 물방울무늬 판화는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가 꽤 높은 작품이어서 국내에도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렘브란트나 고야, 로트레크, 고갱, 피카소 등 세계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유명 화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판화작업을 동시에 했다. 현대 팝아트의 대가로 꼽히는 앤디 워홀이나 데이미언 허스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회화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판화가 아닌 처음부터 판화로 기획해 작품을 만들었다.
국내에도 1960년대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창립돼 서승원, 전성우, 윤명로 작가 등이 활동할 때는 판화를 회화와 다른 표현 매체로 인정하며 국제 교류전 등도 활발하게 열렸다. 그러나 1980년대 민중미술계 작가들이 판화를 적극 활용하며 부흥기를 맞는 듯하더니 어느새 다른 장르에 밀려 존재감이 작아졌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에서 판화에 대한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다. 원화 이미지를 복제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서 유통되는 미술품 정도로 생각한다. 여기에는 ‘미술품 구입을 투자’로 보는 시각이 팽배해지며 여러 장 찍을 수 있는 판화는 비교적 값싼 예술품으로 폄하하는 미술애호가들의 정서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판화 역시 회화나 조각, 미디어아트 등과 마찬가지로 미술 장르의 하나다.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판화에 대한 국내의 편견에 도전하는 젊은 판화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로의 금산갤러리(02-3789-6317)에서는 오는 9월 1일까지 강미리, 김유진, 신소영, 신예지, 안민경, 정예진 등 신예 판화작가 6인전인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 Clearing)전을 연다. 모두 추계예술대학 판화과 2012, 2013학번 출신 젊은 작가들로 ‘판화를 다시 살리자’는 한목소리 아래 다양한 주제와 판화기법을 선보인다.
판화의 제작 과정은 회화 등 다른 미술 장르 못지않은 영감과 기술이 필요하다. 초기 목판화 형식을 비롯해 석판화, 에칭(동판화), 콜라주(신문지나 벽지 등을 오려 붙이는 기법), 실크 스크린 등 다양한 제작 방법은 회화 못지않은 작업 공정을 거쳐야 한다. 최근 많이 활용되는 실크스크린 기법은 실크 등으로 만든 천 위에 잉크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종이나 고무액을 입힌 도안을 올려놓고 물감을 붓는 방식으로 색상이 강렬하게 표현되는 효과를 내준다.
이번 전시회에 ‘야옹 야옹 야옹이 찾기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만들어진 실크스크린 기법의 판화를 선보이는 신소영(25) 작가는 “판화과라는 학과가 추계예술대와 홍익대밖에 없을 정도로 국내 미술애호가 및 화단이 판화를 중요시하지 않는다”며 “저희 전시에 오면 원화의 복사판이 아닌 판화 자체로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작가는 여러 장 복사판을 만들 수 있는 에디션 판 대신 단 한 장의 판화만 찍는 ‘모노타입’ 작품을 이번에 선보인다.
과연 판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예전처럼 미술 장르의 하나로 인정받는 날이 올까. 미술평론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씨는 “한국은 한정된 매수를 찍어내지 않고 AP판(작가 소장용으로 전체 에디션의 10% 이내)을 남발하거나 옵셋 인쇄한 프린트물을 판화라고 팔면서 시장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이라며 “매출에 급급하다가 망가진 판화시장을 살리려면 판화라는 개념과 원칙을 분명하게 지키는 상도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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