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代 김희선 연기도 예능도… 제대로 노는 ‘품위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16세 데뷔, 어느덧 40대…‘제2의 전성기’ 김희선

상류층 민낯 다룬 복귀작서
고고한 연기로 성숙함 더하며
작품 스펙트럼 한계도 극복

‘섬총사’ ‘미우새’ 등 예능마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맹활약
당당한 ‘아줌마 매력’ 선보여

배우 김희선이 다시 날았다. 어느덧 그도 40대, 딸은 8세가 된 ‘워킹맘’이다. 하지만 그는 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16세 때 데뷔한 그는 내로라하는 여배우 사이에서도 발군의 미모를 뽐냈다. 불혹에 접어든 지금도 김희선과 관련된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린다. “역시 자연 미인은 오래가는구나.”

가끔 연기력 논란은 있었다. 전공인 로맨틱코미디(로코)에서는 돋보였지만, 연기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았다. 영화 ‘비천무’에서 24세의 나이에 10세 아이를 둔 엄마를 연기할 때를 회상하며 “전혀 와닿지 않아 헤맸다. 연예계를 떠나고 싶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방송 중인 종합편성채널 JTBC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김희선은 연기파 배우로 거듭났다. 더 이상 로코퀸이 아니어도 그는 충분히 빛나고 품위있다. 과거의 히트작이 아니라, 신작을 대표작으로 소개할 수 있게 된 김희선은 그야말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김희선

김희선의 20∼30대는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미스터큐’ ‘토마토’ ‘요조숙녀’ 등 그 시절, 젊은이의 표상과 같은 존재였다. 로코는 일단 ‘섭외 1순위’ 김희선의 손부터 거쳤다. ‘파리의 연인’ ‘가을동화’ ‘올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모두 그가 출연을 거절한 작품이다.

스타는 패션과 유행을 선도한다. 김희선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입은 옷과 걸친 액세서리는 동났다. 원조 ‘품절녀’인 셈이다.

현재 30∼40대 여성들이라면 소싯적 김희선표 곱창밴드, 머리띠(위 사진), X(엑스)자 실핀 패션에 한 번쯤 도전해봤을 법하다. ‘토마토’가 방송될 때는 그가 맡은 인물의 취미인 요요와 토마토 화분 키우기까지 유행했다.

‘품위있는 그녀’에서 그가 선보이는 대한민국 상위 1%의 옷차림도 매회 주목받고 있다.


◇김희선, ‘큰 언니 잔혹사’ 깨다

김희선은 ‘품위있는 그녀’로 ‘큰 언니’의 자존심을 세웠다. 올해 초 배우 이영애, 고소영 등이 잇달아 컴백작을 내놨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어깨가 더 무거웠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드라마는 전국 시청률 9.99%(닐슨코리아 기준)로 기존 JTBC 드라마 최고 기록(9.6%)을 넘어서 두 자릿수 시청률 진입을 눈앞에 뒀다.

높은 시청률만큼 돋보이는 건 김희선의 연기다. 그는 불우한 환경을 딛고 항공사 승무원을 거쳐 준재벌가의 며느리로 입성한다. 우아함 속에 가끔 드러나는 과거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기품을 지킨다.

소위 ‘고상을 떠는’ 상류층이 몸으로 충돌하며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에도 우아진 만큼은 고고하다. 바람 피운 남편 앞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다. 실제로 재력가인 남편과 결혼해 뭇 여성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김희선의 실제 삶이 녹아든 건 아닐까.

정작 김희선은 “바람 피운 남편에게 ‘넌 이제 영원히 아웃이야!’라고 말하는 건 우아진만 할 수 있는 대사”라며 “사실 실제 내 성격 같았으면 둘 다 죽인다. 나 자신을 억누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40대 김희선, ‘아줌마 토크’에 눈뜨다

김희선에게 다시금 전성기를 열어준 또 다른 축은 ‘예능’이다. 과거 ‘SBS 인기가요’의 MC를 맡고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신동엽, 김구라 등과 합을 맞춘 적이 있는 김희선은 특유의 솔직한 입담으로 요즘 예능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강호동과 함께 tvN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섬총사’를 이끌고 있는 김희선은 최근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70대 엄마들과 스스럼없이 모유 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화제를 모았다. 그는 “모유 수유를 하다가 누워서 뺄 때 모유가 천장까지 닿을 정도”라고 말하고 엄마들에게 “참젖이라고 아세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김희선의 거침없는 토크에 남성 MC인 신동엽과 서장훈은 몸 둘 바를 몰랐다.

다시금 자신을 향한 스포트라이트에 대해 당당함의 아이콘이었던 김희선은 그다운 소감을 말했다.

“제2의 전성기는 8번쯤 왔고, 매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22년째 재발견되는 배우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