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문재인 케어’ 과잉진료도 문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의료관리학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직접 발표했다.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비하면 매우 획기적인 대책이다. 2022년까지 약 30조6000억 원을 들여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비싼 항암제나 초음파 검사, 2∼3인 병실처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병원비를 전액 부담하던 건강보험 비급여에 대해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한다.

미용 성형수술 같은 것을 빼고는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병에 걸려 큰 병원비가 나와도 걱정이 없도록 고액 병원비에 대한 대책도 크게 강화된다. 일정액 이상 병원비는 건강보험에서 전액 부담해주는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강화된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비급여였던 검사비나 약값은 최대 2000만 원까지 병원비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우선은, 평균 이하 소득계층에 대해서만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500만 원 이상 고액 병원비를 부담하는 환자는 지금보다 66% 줄어들고, 특히 저소득층에서는 95%나 줄어든다고 한다. 정말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국민은 병원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을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크게 두 가지에 대한 우려다.

먼저, 정부가 계획한 대로 하면 과연 약 30조 원의 재원을 실제 마련할 수 있을까. 건강보험 누적 흑자에서 약 10조 원을 마련하고, 국고 지원을 법에 정해진 수준까지 올리면 약 5조 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15조 원은 건강보험료를 과거 10년 평균 수준으로만 인상해도 가능할 것 같다. 건강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내놓은 재원 마련 계획은 현실적이다. 혜택이 늘면 부담도 함께 늘려야 한다는 점을 국민에게 성공적으로 설득하기만 하면 말이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건강보험료 수입은 적게 잡고 병원비 지출은 많이 잡은,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추계한 결과라는 점도 밝혀둔다.

다음으로, 정부의 계획대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데 약 30조 원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산술적으로는 지난 10년간 병원비 증가율이 유지되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환자가 병원비를 전액 부담하던 비급여 검사비나 약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이용량이 크게 늘고, 그 결과 재정 지출이 예상보다 크게 늘 수 있다. 특히,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고가 항암제 같이 값비싼 항목의 이용이 크게 늘면 30조 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보장성 강화로 병원비가 크게 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는 병원의 과잉진료와 환자의 과잉이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먼저,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이 가급적 대형 병원이 아니라 동네 의원에서 진료받도록 유도해야 한다. 병원에는 적정 수준의 수가를 보장하는 대신 과잉진료를 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의사·병원·환자를 포함한 수많은 이해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난제다. ‘문재인 케어’의 성패는 정부가 이들 이해당사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이러한 난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풀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