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여명 사망·실종… 시에라리온 피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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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산사태…이재민 9000명
콜레라·에볼라 등 창궐 가능성
대통령, 국제사회 구호 요청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에서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약 300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실종됐다. 가족과 집을 잃은 수천 명의 이재민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염병 확산 위협에까지 노출됐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서부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 인근에선 전날부터 폭우가 쏟아져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수백 가구가 순식간에 흙더미에 매몰됐고 프리타운 병원 영안실, 서아프리카 해안에는 시신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태다.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지역사회 전체가 쓸려나갔다”며 “지금 우리는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번 참사 희생자의 상당수는 어린이였다. 정부는 지금까지 어린이 105명, 여성 83명을 포함해 총 29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국제 적십자사는 사망자 수가 계속 치솟고 있으며 피해를 입은 이재민 수도 총 900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리젠트 지역에선 산이 무너지면서 토사가 마을을 집어삼켜 3000여 명이 집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건축물과 배수 시설, 기후 변화, 무분별한 삼림 벌채 등이 복합적으로 이번 사고의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수도 프리타운 인근의 빈곤 지역들은 대부분 배수 시설이 열악할 뿐만 아니라 해안과도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폭우가 빈번해진 가운데 장작, 목탄을 마련하려는 주민들이 무분별한 삼림 벌채를 일삼은 것도 원인이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탓에 주민 거주지도 대부분 불법 건축물이었고 시에라리온 기상청이 미리 집중 호우를 경고하지도 않았다.

정부는 이번 재해가 전염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위생시설, 배수시설이 망가지면 에볼라나 콜레라 등의 발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시에라리온에서는 에볼라가 발발해 약 4000명이 사망한 바 있다. 같은 해 홍수로는 10여 명이 사망했던 것에 반해 훨씬 더 피해규모가 심각했던 것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