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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16일(水)
두 갈래 ‘미군 철수論’과 안보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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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안보 위기를 타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핵 위기를 가장 큰 도전으로 규정한 것이나 그 도전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한·미 동맹이라고 밝힌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미 간에 누적되고 있는 북핵 갈등 피로증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이후 미국에선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잦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당시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했을 때만 해도 그저 엄포로 받아들여졌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 ICBM에 대한 공포가 퍼져 나가면서 김정은의 핵 도발을 저지할 최후의 협상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도 검토할 만하다는 논의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군철수론이 제기된 것은 지난 4월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 이후부터다. 원로 안보전문가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으로 미·중이 북핵 해결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안을 제시했고 여기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가세하면서 전면화하는 기류다. 1971년 저우언라이(周恩來)와의 비밀 담판을 통해 미·중 수교의 기틀을 닦은 키신저가 이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면, 미 주류의 인식이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미 주류 인사들이 북핵 해결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는 것을 볼 때, 문재인 정부가 현 국면에서 한·미 동맹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신을 가속화할 경우 주한미군 없는 미래가 곧 닥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해 준다. 주한미군 철수론의 현실화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미·중 밀약에 의한 것인데 중국이 북한의 핵 폐기 및 레짐 체인지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안이다. 앨리슨 교수와 키신저 전 장관이 주장하는 방안이 바로 이것이다. 북핵과 함께 김정은이 제거된 이후 북한은 군부 등 제3의 세력에 의해 관리되며 존속될 수도 있고 북한 레짐 체인지 과정에서 남북한 통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이 직접 북한과 핵·ICBM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 경우 이란식으로 현재의 핵을 동결하는 수준에서 용인하되, 미래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타결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면 주한미군은 존립 근거를 잃게 된다. 미·북 협상에 한국이 관여할 가능성은 작기 때문에 이 구도는 최악의 재앙이 될 수 있다. 워싱턴의 군축전문가들 사이에선 1966년 중국이 핵 개발에 성공한 뒤 미국이 1970년대 중국과 수교를 하며 대만과 관계를 재설정한 예를 환기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미·북 평화 협정은 1970년대 베트남전에 패해 미국이 아시아에서 후퇴했듯이 북핵 위협으로 인해 미국 파워가 동북아에서 철수하는 치욕적 선택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두 시나리오 모두 주한미군 철수가 전제된다는 점에서 한국엔 재앙이다. 미·중 밀약에 따라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 털고 나갈 경우 한국은 차이나 랜드에 던져진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으로부터 사실상 핵보유를 인정받은 북한과 한국이 공존해야 하는 경우는 더 악몽이다. 남북 간 재래무기나 상비 병력의 격차는 차치하더라도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받은 북한과의 전략적 불균형을 맞추는 일부터 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북 ICBM의 미 본토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는 검토 가능한 카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핵 확장 억지로 동맹인 한국을 보호하기보다 미 본토 방어가 더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선 문재인 정부가 “우리 동의 없이는 군사 행동을 못한다”는 주장만 할 게 아니라 미국 측과 북한의 핵·ICBM뿐 아니라 김정은 이후까지를 포괄하는 북핵 엔드 게임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키신저식 미·중 담판이 이뤄지더라도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핵심 역할을 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안보는 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고, 문재인 정부는 안보 기반을 훼손한 정권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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