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분열 더 부추긴 대통령의 ‘建國 시점’ 斷定

대한민국 ‘건국(建國) 시점’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자의적인 ‘못 박기’ 시도가 적나라하다. 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72주년 경축사에서 “2년 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며 “내년 8·15는 정부 수립 70주년”이라고 표현했다. 건국 시점은 1919년이며, 1948년은 정부 수립의 해라고 단정(斷定)한 셈이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가 서로 대립해 논란을 벌여온 건국 시점이 문 대통령 의도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헌 헌법을 공포하고 선거를 거쳐 1948년에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것이 건국이라는 견해가 훨씬 더 합리적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1998년에 ‘건국 50년’이라고 했다. 국가의 성립에는 국민·영토·주권 등 3요소가 필수라는 점에서 1948년 정부 수립과 달리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은 건국의 기초를 쌓은 위업이긴 해도 건국이라고 하긴 어렵다. 헌법 전문(前文)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적시한 것도 임시정부 수립이 곧 건국이라는 취지는 아니라고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1948년 건국’을 부정하는 측은 이승만 초대 정부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역사를 그런 식으로 재단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도 자신을 “19대 대통령”이라며 “김대중, 노무현만이 아니라 이승만, 박정희로 이어지는 모든 대통령의 역사 속에 있다”고 했다. 그러고도 건국 시점은 달리 규정, 국민 통합은커녕 분열을 더 부추겼다. 건국 시점은 특정 정권이 결정할 수 없다. 역사학계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