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재산가 탈세·변칙증여에 ‘메스’… 국세청, 정밀 검증·세무조사

한승희 청장 “강력하게 대처”

A 씨는 2013년 부동산임대 및 개발업체를 부실한 제조업체에 흡수·합병시켰다. 이후 나이가 3살밖에 안 된 손자에게 이 법인 주식을 세금 부담 없이 증여했다. 이 법인은 증여절차가 마무리된 뒤 본격적인 부동산 분양사업에 나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손자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수백억 원대로 뛰었다. 치밀한 사전 계획으로 세금 없이 부(富)를 대물림한 변칙증여의 사례다.

국세청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변칙증여 등으로 탈세를 일삼는 이 같은 ‘대(大)재산가’를 대상으로 고강도 탈세 검증과 세무조사를 예고함에 따라 긴장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대기업과 함께 사주 일가 등 대재산가를 대상으로 한 편법 상속·증여에 대해 정밀한 검증에 착수한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대다수 성실한 납세자에게 상실감을 주는 대기업·대재산가의 탈세, 역외탈세 등은 더욱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전례 없는 의지를 표명했다. 국세청 핵심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상당수가 대재산가의 탈세 부문만을 맡는 전담조직을 가동 중일 정도로 국제적인 이슈이기도 하다”며 “우리도 세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차원에서 지능적 세금 탈루와 편법·상속 증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대재산가에 대한 내부 기준은 갖고 있지만, 평소 전문가 도움을 얻어 치밀하게 탈세를 기획하는 특성상 재산 은닉, 조사 회피 등의 부작용이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해 공표는 하지 않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을 지닌 이들에 대해서는 재산 변동내용을 상시로 관리 중이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