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살인예언 모티브로 파괴적 욕망·위선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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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빌 백작의 범죄 /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기발한 상상력, 충격적인 발상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신작 소설이다. 2015년에 출간된 그의 24번째 작품으로 프랑스에서만 20만 부 가까이 팔린 화제작이다.

이번 작품의 발상도 기발하다. 파산으로 성(城)을 매각해야 하는 느빌 백작. 그는 마지막 파티를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셋째 딸 세리외즈를 숲에서 발견해 보호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점쟁이의 전화를 받는다. 품행이 흠잡을 데 없는 언니 오빠와 달리 열두 살 무렵부터 방황하기 시작한 세리외즈. 딸을 데리러 간 느빌 백작은 점쟁이로부터 무시무시한 말을 듣는다. 그가 곧 있을 마지막 가든파티에서 초대 손님 중 한 명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다.

느빌 백작은 이 말도 안 되는 예언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초대 손님 가운데 살해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고 살인할 방법을 궁리하던 그때, 세리외즈가 그에게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한다. 이어 소설은 희극과 비극,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달아가며 마지막 결말을 준비한다.

작가는 이 기이한 부녀 이야기를 통해 고상함 뒤에 감춰진 비천함, 파괴를 부르는 욕망, 상류층의 계급 의식과 위선을 드러내는 한편 사춘기를 지배하는 신비로운 사고와 마법 같은 예술의 위력도 묘사한다. 소설에는 실제 벨기에 명문가인 느빌가(家), 벨기에의 고급 골프클럽 라벤스테인 등 실제 지명과 인명을 등장시켜 보물찾기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노통브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비극인 동시에 희극이라고 했다. “비극이기도 하고, 희극이기도 하다. 우리네 인생과 같다. 동화 같은 요소도 있고 신화에서 비롯된 요소도 있다. 모든 생에 담긴 순수한 공포도 존재하고 우리가 어떤 인생을 보든, 진짜 재미있는지 살피려고만 해도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익살도 있다”고 했다.

한편 소설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고, 여러 모티브를 혼용해 나아간다. 그리스 원정에 나서기 위해 막내딸 이피게네이아를 산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의 신화, 오스카 와일드의 ‘아서 새빌 경의 범죄’ 등의 플롯과 주제를 끌어와 작가 스타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144쪽, 1만1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