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論 현실성 낮지만 발언배경 심각하게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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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배넌 빅딜발언’ 분석

“北·美간 본게임 시작도 안 해
강·온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어
美軍주둔, 상수→변수 바뀌어
文정부서 남북대화 시작될 것”

북한에 대한 규제 강화에 앞장서왔던 미국이 최근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대북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거나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인사가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고, 대북 대화의 조건을 기존 ‘비핵화’에서 ‘도발 중단’이나 ‘핵 동결’로 낮추는 등 미국이 직접 북한과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다는 의향까지도 숨기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들에 일관성이 없고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 노선도 아닌 만큼 한국이 흔들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최근 소위 말하는 ‘빅딜’, 한·미 동맹을 파괴하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하며 스스로를 지키려는 편협함을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미국도 그만큼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핵을 동결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이야기는 현실성이 없다”며 “다만 그간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상수였는데 이제는 변수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앞서 배넌 수석전략가는 진보 성향 온라인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대가로 미국은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당장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북·미 간이든 남·북 간이든 평화체제와 관련된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은 100%”라고 말했다. 미국이 제시한 대로 ‘핵 동결 입구론’에 입각해 대북 대화가 시작되면 한국 입장에선 북핵을 용인하기만 하고 대화의 진정성은 놓치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영수 교수는 “지금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이전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고, 북·미 간 본격적인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강대 강에서 유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 본 게임 시작 전에는 북한이나 미국이나 얼마든지 왈가왈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UFG 연습은 수개월 전에 계획된 것으로 규모 축소에 대해 전혀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유진·김영주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