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度 넘은 학부모 2題>1등·반장 콕 찍어 단톡방… 아이 인맥도 만들어줘

“서로 공부 자극 주면 좋겠다”
친해지라고 캠핑·여행 가기도
맞벌이 부모는 상대적 박탈감

초등학교 개학 시즌을 맞은 가운데, 학기 초부터 자녀들이 부모 ‘입맛’에 맞는 친구를 사귀도록 유도하기 위해 아이들 교우관계에까지 개입하는 ‘헬리콥터 맘’들이 극성이다. 부모가 골라준 집 아이들하고만 교류하라고 억지로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서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끼리 일정을 맞춰 아이들을 끌고 함께 캠핑을 가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친구 만들기’가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모(39) 씨는 최근 다른 학부모에게 ‘친만방’(친구 만드는 단톡방)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같은 반 아이들 가운데 자기 자식과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 싶은 아이들을 부모가 몇 명 고른 뒤, 자녀에게 ‘저 친구들과 단톡방을 만들라’고 지시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18일 “1등 하는 아이나 반장 등이 가장 인기 있는 친구 후보라고 하더라”며 “정도껏 해야지, 노골적으로 차별을 가르치는 건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 같다”고 평했다.

아이들끼리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며 부모끼리 먼저 접촉해 가족 동반 캠핑이나 여행을 가기도 한다. 이모(41) 씨는 다급하게 경기 가평 지역에 8명이 함께 갈 만한 캠핑장을 알아보느라 바쁘다. 11세 된 아들의 반 친구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야 하니, 장소를 물색해보라는 부인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들끼리 ‘절친’으로 묶어주면 서로에게 적당한 자극을 줘 성적이 동반 상승할 거란 기대감에서다. 이 씨는 “같이 몇 번 밥을 먹었는데도 둘이 쉽게 친해지지 않아 아예 캠핑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끼리 먼저 친해져야 하니 아빠들끼리는 당구를 몇 번 쳤고 엄마들은 같이 쇼핑하러 다니는데, 솔직히 아이를 위해 하는 일이지만 쉽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조민식 고려사이버대 청소년상담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상”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인맥관리를 해줄 여력이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