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외부에 맡긴다더니… 개혁본부 만든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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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17일 △검·경 수사권 조정 △인권 경찰 확립 △자치경찰제 도입 등 이른바 ‘3대 개혁안’을 전담 추진하는 경찰개혁추진본부(개혁본부)를 출범시켰다. 개혁본부는 종전 ‘경찰개혁추진 태스크포스(TF)’(인권보호)와 ‘수사구조개혁단’(검·경 수사권 조정), ‘기획조정관’(자치경찰) 등 3개 부서로 나뉘어 있던 경찰개혁 과제 등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경찰은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경찰개혁 추진 조직을 일원화해 업무 동력을 극대화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추진본부장인 박진우(치안정감) 경찰청 차장 주재로 매주 1차례 회의를 열고 개혁과제 발굴과 실행계획 마련, 추진상황 점검 등에도 나선다고 설명했다. 추진본부는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와 소통도 강화해 업무에 대한 시너지 창출을 유도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진본부에서 발굴한 과제들을 개혁위 안건으로 상정해 시행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설명은 그럴싸해도 경찰의 이 같은 행보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은 지난 6월 학계와 법조계, 언론계 등 19명 전원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개혁위를 발족하면서 “개혁위 활동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개혁위가 심의·의결한 사항은 전부 수용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줄기차게 경찰을 비판해온 인사들이 개혁위에 들어가 경찰 조직 수술용 메스를 잡으면서 이번에야말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국민의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이번 개혁본부 출범을 보면 결국 개혁위는 뒤로 빠지고 경찰 자체 개혁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은 애초 공언한 대로 개혁위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선에 머물러야 한다. 그래야 외부 민간전문가들의 눈을 통해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고 합리적인 경찰 개혁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 학계 전문가들도 “개혁위 활동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주려고 하면 스스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은 아직 경찰의 ‘인권 경찰’ 변신 선언에 대해 수사권 조정을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찰이 초심을 잃고 ‘셀프 개혁’으로 후퇴한다면 결국 진정한 개혁은 공염불에 그치고 국민은 경찰에 대한 일말의 믿음마저 거두게 될 것이다.

최준영 사회부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