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정성·책임성 취약한 文정부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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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회정책학

취임 100일 동안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으로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는 분야가 노동·사회복지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기관에서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이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평균 인상률의 2배에 이르는 16.4% 인상하기로 했으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비급여 항목을 획기적으로 축소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고착화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차별받던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정책 의제로 삼는 것은 매우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의 인상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정책 사안이다. 또한,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해 의료비가 가계에 커다란 부담이 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문 정부의 노동·사회 정책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정책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정부의 사회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의 적절성 말고도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수단이 공정하지 않거나 효과적이지 않다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목표는 정치적이고 가치 지향적으로 선택할지라도, 수단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책 수단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정책 수단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사회적 공정성과 효과성을 제고(提高)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현재 비정규직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에게 정규직 전환의 우선권을 준다면, 이제 막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공정하지 못한 정책이 될 것이다. 이번처럼 최저임금을 갑작스럽게 평균 인상률의 2배 수준으로 올리게 되면, 영세 사업자들이나 일반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인건비 부담으로 사업을 접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건보 보장성 강화도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 행위별 수가제에서는 과잉진료의 위험성이 상존하며, 자기공명영상(MRI), 단층촬영(CT) 기기와 같은 고가의 검사 장비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의료보험 급여 확대가 실질적인 보장성 확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의료비의 급격한 상승만 초래하지 않도록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재정적 측면에서 정부는 사회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건보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이번 정책을 위해 앞으로 5년간 30조 원이 소요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밖에도 최저임금에 대한 재정 지원, 국민 기초생활 보장의 대상자 확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따른 재정 수요의 급격한 팽창이 예상된다. 우리의 공적 사회복지 지출이 OECD 회원국 중에서 낮은 편이지만, 상승률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재정적 지속 가능성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 정책의 책임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결국, 정책에 대한 재정 부담도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정책 실패의 위험성이 커지며, 실패한 정책의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