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권의 멘털 노트>아무리 연습해도 줄지 않는 스코어… 한계 인정하고 능력껏 즐겨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KLPGA투어 선수생활을 접고 골프아카데미와 코스해설을 하며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가고 있는 박시현이 중계 카메라 앞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마니아리포트 제공

‘피터의 법칙’서 벗어나자

주말 골퍼 중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종종 있다. 이 정도 스코어에 그칠 순 없다면서 무모하리만큼 많은 레슨과 훈련을 소화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늘 마찬가지다. 실력은 나아지지 않지만 포기할 줄 모른다. 단념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 칭찬받을 만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무모한 도전일 뿐이고, 조직의 측면에서 볼 때 ‘피터의 법칙’에 해당한다.

피터의 법칙은 캐나다 출신의 미국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1919∼1990)가 제시했다. 위계 조직에서 모든 직원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조직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무능한 직원들로 채워진다. 결국, 그 조직은 무능한 사람들로 넘쳐나 조직의 생산성은 떨어지고 조직은 붕괴 위기에 처한다. 개인이 이런 현상에 빠진다면 실패와 좌절로 점철될 것이다.

골프에 입문한 후 충분히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다면, 스코어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성과를 이룬 셈이다. 반드시 싱글이고 모두가 80대일 필요는 없다. 90대면 어떤가. 다른 골퍼들보다 실력이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부끄러워할 일도, 창피한 일도 아니다. 서로 다른 실력의 동반자들끼리 얼마든지 즐겁게 라운드를 펼칠 수 있다. 자신의 능력껏 즐기면 된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탓하거나 무시하는 이가 있다면, 그와 함께 라운드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간과 비용이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좌절하고 기가 죽는 것보다 백배 낫다.

수년간 우승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프로도 마찬가지다. 우승하지 못했다고, 늘 하위권을 맴돈다고 의기소침하거나 풀이 죽을 필요는 없다. 2부투어 소속일지라도 프로로서의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그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면 자신의 프로인생을 다시 생각해볼 순 있다. 프로일지라도 골프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삶의 방향을 과감하게 전환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한때 프로였지만 일찍 ‘전직’한 사례가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협회에 입회했던 박시현, 송민지 프로다. 박시현은 2007년 입회 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부투어에서 활동하다 2012년부터 방송계로 진로를 틀었다. 방송을 통해 골프 아카데미를 진행하며, 선수를 인터뷰하고 코스를 해설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프로암 등 각종 행사에서 MC를 맡고 있다. “제가 프로 생활을 할 때 정말 열심히 운동했어요. 그렇지만 솔직히 경기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죠. 결국, 고민 끝에 방송 쪽 일을 해 보기로 했어요…(중략) 경기 중계에 나설 때마다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이나 고민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기에 인터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죠. 무엇보다 방송일이 정말 재밌습니다.”

냉면집을 차린 송민지는 고교 3학년 때 세미프로가 됐고, 대학 1학년 때인 2006년부터 KLPGA 1부투어에서 활약하는 엘리트코스를 거쳤다. 투어 초창기 상금순위 30∼40위를 유지했고, 2009년 9월 KB스타투어 2차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2부투어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는 골프선수나 골프레슨 전담 코치보다 음식점 사장직에서 더 보람을 느낀단다.

골프를 비롯한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건 진정 기쁜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최고가 될 필요는 없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미련 탓에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능력 이상의 기대나 욕심은 과욕이요, 실패의 지름길이다. 실패로 인한 좌절만 경험할 뿐이다. 10년째 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으로 청춘을 다 날려버리지 말자. 인생의 변곡점에 있는 그 누구든 자신의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현명함으로 피터의 법칙에 빠져 허우적대는 우를 피하자.

심리학 박사·연우심리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