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풍선효과’ 5대은행 신용대출 보름새 6000억 급증

이달들어 보름새 6000억 증가
카카오뱅크 고려땐 더 폭증세
금감원장 “편법대출 엄중대처”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보름 만에 주요 5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이 6000억 원 가까이 급증하는 등 정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죄기에 따른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용대출은 주담대보다 금리가 높아 또 다른 가계부채 부실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해선 현장점검 등을 통해 엄중히 대처할 방침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93조11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말(92조5289억 원) 대비 보름여 만에 5882억 원이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7월 27일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증가세를 고려하면 이달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액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보름 만인 11일 신용대출 잔액이 8000억 원을 넘어섰다. 낮은 금리와 높은 한도를 무기로 신용대출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개인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2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시, 세종특별시 등이 투기지구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주택 담보 최대 대출액이 종전 LTV 60%·DTI 50% 수준에서 일괄적으로 40%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부족해진 주택구매자금, 이주비 등을 신용대출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높다는 점이다. 주로 변동금리가 적용돼 지금처럼 금리 상승기엔 부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줄어든 주담대를 충당하기 위한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리·점검이 필요하다”면서 “편법을 부추기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현장점검 등을 통해 엄중히 대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