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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3일(水)
피문어죽, 무더위로 기운 빠진 몸… 八八한 ‘바다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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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안 수심 깊은 곳에 서식하는 피문어로 끓여낸 죽. 문어 살점의 쫄깃함과 아우러진 죽의 구수한 맛이 무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려 준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날씨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였는데, 입추와 말복을 지나 처서를 맞으니 확실히 더위가 한풀 꺾였다.

처서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조만간 처서의 서늘함 때문에 여름내 들끓던 파리나 모기도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여름내 지친 체력을 정비해야 하는 이 무렵 꼭 챙겨 먹어야 할 식재료가 있다. 해양수산부가 8월의 어식백세(漁食百歲) 수산물로 선정한 문어다.

문어에는 타우린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혈관이 깨끗해지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피를 맑게 해주고 지혈도 잘되게 해준다고 하여 산모에게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또 지방과 칼로리가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그만이다.

과거에 문어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갈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문어를 ‘팔초어(八稍魚)’ 또는 ‘팔대어(八帶魚)’라고 지칭하며 ‘맛이 달고 독이 없다’고 표현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조선 초기 중국 황제에게 보내는 진상품 목록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날인 관혼상제(冠婚喪祭)에 빠지지 않고 꼭 올라가는 귀한 식재료이기도 했다. 형편이 넉넉한 양반들이나 귀한 손님에게만 문어요리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나면 다정한 눈짓으로 ‘얼른 문어 썰어서 먹으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평소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인 데다가 어린 아들이 특히 좋아하는 해산물이라고 살뜰히 챙기셨던 것이다.

다른 해산물과 달리, 문어는 잡는 방법이 독특하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문어의 습성을 이용해 밧줄에 단지를 주렁주렁 매달아 문어가 주로 서식하는 곳에 놓아두는 것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문어가 단지를 자신의 집처럼 생각하고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때 단지를 건져 올려서 잡는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포획법인데 이를 ‘단지잡이’라고 한다.

언젠가 전남 여수의 명물로 자리 잡은 문어잡이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어부들이 높은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 난간에 위태롭게 서서 단지를 바다에 던지는 모습에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문어는 피문어, 돌문어, 대문어, 참문어 등 종류가 다양한데 이는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피문어와 돌문어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피문어는 주로 동해안 수심이 깊은 곳에 서식하며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잡히는 문어가 바로 이 문어로 대문어, 왜문어라고도 한다. 참문어라고도 하는 돌문어는 돌 사이에 숨어 살아서 부르는 이름인데 수심이 얕은 바다에 산다. 대문어에 비해 몸집이 작다.

이런 문어들을 이용해 요즘에는 먹물파스타, 먹물피자, 먹물빵 등 먹물을 이용한 이색 퓨전 요리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도 뭐니뭐니해도 문어를 통째로 삶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샤부샤부나 죽 요리로 먹는 것이 가장 친숙하다. 부추와 함께 먹으면 알리신 성분이 살균작용과 소화 촉진에 많은 도움을 주므로 문어 요리에 곁들이면 더 좋다.

다양한 문어 요리 중에서 오늘 소개하는 피문어죽은 간단해 보여도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조금만 방심해도 바닥에 눌러 타버린다.

언젠가 우리 한식당 고객 한 분이 암 투병 중인 아내를 위해 맛있고 기력 회복에도 좋은 죽을 끓여주고 싶다며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피문어죽을 끓여서 전달해드렸는데 아내가 잘 먹어서 기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여러 번 하셨던 적이 있어 더욱 각별하게 생각되는 죽이다.

피문어죽은 죽으로 요리할 때 피문어 삶은 물까지 이용하면 더욱 맛있고 영양 가득한 죽이 된다. 문어 자체가 워낙 좋은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기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건강식이다. 처서를 맞으며 여름내 무더위 때문에 지친 가족을 위해 풍성한 피문어죽으로 건강 밥상을 준비해 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보세요


재료

찹쌀 1컵, 피문어 300g, 물 7~8컵, 소금 1/3T, 참기름 소량, 문어 삶을 때 양념(대파 1개, 생강 1/2개, 마늘 3개, 통후추 5알)



만드는 법

1. 쌀은 씻어서 물에 2∼3시간 불린다.

2. 냄비에 물, 통후추, 대파, 생강, 마늘을 넣고 끓어오르면 문어를 넣고 5∼6분간 삶아준다.

3. 문어 삶은 물은 버리지 말고 체에 한 번 걸러 따로 둔다.

4.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불린 쌀을 볶는다. 삶은 문어는 잘게 잘라서 쌀과 함께 한 번 더 볶아준다.

5. 여기에 문어 삶은 물 8컵을 붓고 쌀알이 퍼지도록 저으면서 끓여준다.

6. 잘 끓인 피문어죽을 그릇에 담아낸다.



조리 Tip

1. 문어의 진액은 먼저 깨끗한 물에 씻은 후 밀가루에 주물러 깨끗이 손질한다. 밀가루에 버무려 주면 문어 비린내도 잡을 수 있다.

2. 문어를 더욱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무를 가지고 문어를 두들겨주면 더욱 부드러워진다.

3. 맛있는 죽을 끓이는 방법 중 하나는 죽을 끓일 때 중간에 육수를 붓지 말고 한 번에 육수를 넣고 쌀알이 퍼지도록 끓여준다.

4. 남은 문어를 보관할 때에는 내장이 부패할 수 있기 때문에 내장을 제거하고 보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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