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간제 교사’ 갈등과 원칙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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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기간제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교육계 안팎에 논란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기간제교사와 강사의 차별 해소와 근무조건 개선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규직 임용에 대해서는 교직의 동료와 선후배들이 서로 맞서고, 감정의 골까지 깊어지고 있다. 그간 학교 현장에서 협력하며 함께 교육 활동을 해온 정규 교사와 기간제교사·강사, 그리고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교대·사대 학생들이 서로 분열하고 갈등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어 무척 안타깝고 착잡하다.

기간제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교육 당국의 책임이 크다. 교육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교원의 선발과 임용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법과 원칙의 틀 안이 아니라, 정책적 해결로 가능한 것으로 전이시켰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원법 제11조에 교사의 신규 채용은 공개전형으로 하고, 이 법 제32조에 기간제교원은 정규 교원 임용에서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서, 다른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등 교사·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기준을 밝혔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법적 기구도 아닌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 기간제교사와 강사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도록 공을 넘겨 버렸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국정 기조에 얽매여, 애당초 논의 대상이 아닌 사안을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키로 해 논란과 갈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의 전문직은 시험 등 별도의 공정한 선발 과정을 통해 자격을 주거나 임용한다. 교직(敎職)의 경우, 지난 1990년 헌법재판소가 국·공립 사범대 출신자에 대한 교사 우선임용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공개전형의 원칙이 도입됐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판결에서, 교직과정 이수자에게 교육공무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히 부여하고, 채용에서도 자유로운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헌법의 이념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후 공개전형 방식은 교사 선발의 절차적 정당성이자, 교사 임용의 출발선을 동등하게 하는 기회균등의 공고한 원칙이 돼 왔다.

공개전형에 의한 교사 선발의 기회가 균등하고 공정하다면, 우리 교육의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선발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 법과 원칙의 틀 밖에서 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정당성을 얻기가 어렵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교육 현장에 필요한 교사를 정규직으로 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확대해왔던 그간의 정부 교원정책에 있다. 큰 예산 투입이 요구되는 정규 교원 증원보다는 기간제 및 강사를 확대하는 편의주의 정책으로 교원 수급 문제를 해결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제라도 단기처방적 대증요법보다는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정규 교원을 증원하고, 교육 현장의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정과 열의로 교육 활동에 전념해온 기간제교사와 강사의 근로조건에 차별적 요소가 있는지도 면밀히 살피고, 처우 개선에도 더욱더 힘써 나가야 한다.

교육은 혼자서가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 더욱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정규교사와 기간제교사·강사, 그리고 미래에 교직에 입직(入職)할 예비교사들이 교육을 함께하는 동반자라는 인식 속에 서로를 인정하면서, 교단에 헌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