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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3일(水)
한 나라, 두 국민, 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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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경제산업부장

“같은 하늘 아래 살아도, 한 나라는 아닌 듯하다.” 살충제 계란 파동 와중에 평소 알고 지내는 대학교수가 전화를 걸어 한탄했다. 연일 농가 전수조사 결과에 오류가 나타나고 ‘뒷북 행정’ ‘아마추어 행정’ 개탄까지 일었는데, 정작 한 여론조사에선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가 57.3%로 ‘신뢰하지 않는다’(37%)보다 높게 나온 것을 그는 “어떻게 해석하고 학생들에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조사 시점(18일)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직후로 이벤트 효과가 있었고, 지지도가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은 합리적 판단의 시절이 아니다”고 했다. 8945명에게 물어서 504명(응답률 5.6%)만이 답한 조사 결과는 왈가왈부할 게 못 된다고 받아넘기긴 했다.

어느 사회에서건 계층과 집단 간에 인식 차이가 벌어지면 극화(polarization)가 생겨나고, 서로 대립하다 실제 여론이 왜곡되는 상태에 이른다. 그 원인을 놓고 ‘인지 부조화’ ‘침묵의 나선’을 포함해 수많은 연구가 등장했는데, 최근 SNS 시대에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반향실(echo chamber)’ 효과다. 독방에서 메아리를 듣는 것처럼 편향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생각을 주고받는 현상이다. 생각이 같으면 페이스북 친구로 뭉치고, 기존 인지를 강화하는 정보만 공유하며 고립화된다. 극화가 심해지는 환경, 그게 극단사회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여론조사와 어긋나는 결과가 나오자 SNS의 반향실 효과가 지목되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이 문제는 단지 미국의 현상만이 아니다”고 시인할 정도였으니 우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 단절은 왼편, 오른편이 따로 없다. 가장 민감한 이슈인 먹거리 문제에 한심하게 대응한 정부가 후한 점수를 받은 비상식도 한 꺼풀 벗겨보면, 얼토당토않은 ‘전 정부 책임론’이 지지층 사이에 먹혀들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 논리대로라면 ‘농피아’로 비난받은 인증업체의 공무원 출신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없었다는 걸까. 이 나라에 국가 행정의 연속성은 있기나 한 것인가. 이런 합리적 질문은 죄다 헐뜯기가 되는 셈이다. 아마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더라면, 살충제 계란 파동도 국정농단사건 재판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문제도 ‘편의 논리’로 인식되는 사회, 이건 문 대통령이 주창한 ‘대통합’이 잘못 길을 잡았거나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고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경제 3 주체도 내전(內戰) 중이다. 정부, 가계, 기업의 경제가 이렇게 제각각인 적은 없었다.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는 노골적으로 싸움을 부추겼다. 가계의 소득과 복지 문제는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대립으로 몰고 갔다. 상위 1%의 소득세 인상은 그 속에서 추진됐다. 8·2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를 타깃으로 삼았다. 거래를 틀어막는 규제의 피해가 결국 무주택자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기업들은 회사 대 노조, 대기업 대 중소기업, 중소기업 대 소상공인의 대립 구도로 내몰렸다. 최저임금까지 겹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듯하다.

‘국민 통합=국민경제 부흥’이라는 등식을 철 지난 경제전략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가 간 경제 국경 다툼이 첨예하고,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는 시대에는 더욱 긴요한 화두다. 내부적으로도 정부, 기업, 가계 간에 절벽이 생기면 국민경제는 동맥경화에 걸린다. 자금 시장을 규제하면 경색(crunch)이 오고, 자산시장의 거래를 막으면 경기가 위축된다. 분별없이 세금을 올리면 조세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누군가의 혜택은 늘 또 다른 누군가의 비용과 수고를 수반한다. 이때 국민통합의 인식이 그 골을 메워야 한다. 예컨대 “부자증세가 국민통합의 출발점이며 경제회복에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 맞는다면, 대립과 강탈의 논리가 아니라 고통을 분담하는 경제개혁의 동반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옳았다.

가계의 소비가 기업 활동의 기반이 되고, 기업의 투자가 가계로 돌아가며, 세원이 커져 정부 재정이 든든해지는 국민경제 선순환은 국가 지도자가 정파의 대변자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갈등 조정자일 때 가능하다. 균형과 통합이 후순위로 밀려난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민경제 부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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