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健保 정지 대신 과징금 처벌 리베이트 제약사 봐주는 것”

경실련 등 시민단체 반발

“불법이익 대비 과징금 낮아”
정부 “환자 피해 예방 차원”

정부가 불법 리베이트 제약사의 처벌기준을 다소 완화하면서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법의 근본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이 급여정지 처분을 받지만, 이를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기준이 마련된 탓이다. 정부는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완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사실상 제약사 봐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보건복지부가 전날 발표한 ‘리베이트 약제의 요양급여 적용 정지·제외 및 과징금 부과 세부운영지침’ 개정에 대해 ‘리베이트 제약사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정 지침은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급여제한이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내부기준을 담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법 시행령에 있는 ‘복지부 장관이 특별한 사유를 인정한 경우’에 따른 과징금 부과 대상 사유기준을 구체화하면서 확대한 것이다.

논란 지점은 세부기준이다. 기준에는 △임상적으로 동일한 대체 약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대체 약제의 처방 및 공급, 유통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급여정지 대상 약제의 환자군이 약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실상 요양급여 정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경우는 특별한 사유로 인정돼 리베이트로 적발돼도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 처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정부가 자의적으로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급여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를 용인해 주는 것은 사실상 리베이트 제약사 봐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새로 바뀐 지침대로라면 리베이트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그 어떠한 리베이트 의약품도 제약사가 과징금만 내면 계속 유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호 경실련 간사는 “특별한 사유 조항은 퇴장방지 의약품, 희귀 의약품 등 부득이한 경우를 위해 있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부당한 기준을 철회하고 법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제약사가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에 비해 과징금은 크게 낮기 때문에 이러한 처벌 완화로 리베이트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