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사고’ 부대 헌병, 부대 흙 3750t 빼돌려 가족 밭에

25t 트럭 150대 분량
헌병단장은 묵인 의혹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일어난 육군 5군단 예하 부대 헌병 수사관이 부대 자산인 흙 3750t을 무단으로 빼돌리고 헌병단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3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5군단 예하 부대 헌병 수사관 A 원사는 지난달 초 헌병단 건물을 신축하면서 나온 흙을 본인 모친 소유의 밭으로 무단 유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원사는 특히 ‘장마 때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로 밭의 흙이 유실됐다’는 내용의 민원을 직접 만들고 민원 해결 차원에서 흙을 제공한 것처럼 꾸민 의혹을 받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A 원사가 빼돌린 흙은 25t트럭 150대 분량인 약 3750t에 달했다.

5군단은 지난 18일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곳으로, 헌병단장은 사고 발생 직후 설치된 수사본부의 책임자였다.

군인권센터는 또 “5군단 헌병단장 B 대령은 A 원사가 흙을 무단으로 반출했다는 사실을 지난달 말에 이미 파악하고도 적절한 수사를 즉시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헌병단장은) A 원사가 올 11월에 받을 예정이던 전역 예정자 대상 전직 교육을 9월 1일에 받도록 하고 빼돌린 흙에 대해 원위치에 돌려놓도록 조치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국가재산인 토사를 함부로 빼돌린 수사관은 당연히 처벌해야 하고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무마하려 한 헌병단장 역시 보직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헌병단장은 반출된 흙부터 처리한 뒤 상황을 수습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흙은 이달 중으로 다시 옮겨놓을 것이고 현재 육군 헌병대에서 수사하고 있으므로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