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살충제 계란 태아 악영향, 임산부 최대한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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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살충제 계란 매일 먹어도 된다고 했는데…

美 ‘살충제 샘플’ 1만개 확보
EPA “신경조직, 독성에 예민”

주부들 식자재 불안감 커져
안전구매 정보 공유 등 활발

정부가 국내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이 미미해 임신부가 먹어도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전문가는 물론 관련 연구가 더 활발한 해외에서는 미량이라도 조심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특히 임신부나 노약자 등 면역력이 취약한 계층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는 데다, 일부 딸기와 사과·복숭아 등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는 것으로 보고돼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3일 독성학계 등에 따르면 살충제 성분에 대한 오랜 연구와 체계적인 제도를 갖춘 미국에서는 임신부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산하 국가살충제정보센터(NPIC)는 “모든 살충제에는 독성 효과가 있어 임신부에게는 어느 정도의 위험이 따른다”며 “임신 중에는 아이의 두뇌와 신경, 조직이 빠르게 발달하기 때문에 살충제의 독성에 예민할 수밖에 없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임신부가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와 전혀 다른 해석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1만 개가 넘는 ‘살충제 샘플’을 확보하고 있으며, 자국에서 생산되거나 수입되는 식자재에 대한 ‘살충제 잔류 데이터베이스’도 갖추고 있는 만큼 신뢰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도 “식약처 발표는 너무 과하고 단정적”이라며 반대성명을 냈다.

계란뿐 아니라 식품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도곡동에 사는 주부 김모(37) 씨는 “정부에서는 살충제 계란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했지만 믿음이 가질 않는다”며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안전한 식자재 구매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환경연구단체 환경워킹그룹(EWG)이 최근 발표한 ‘2017 농산물 살충제 가이드’에 따르면 딸기·시금치·사과·복숭아 등에서 가장 많은 살충제가 검출됐다. 옥수수·아보카도·파인애플·양배추·양파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살충제가 적게 나왔다. EWG는 “딸기는 검사 샘플의 98%에서 살충제가 나왔고, 일부에서는 20종류의 살충제가 검출됐다”며 “시금치의 잔류 살충제 평균은 다른 농산물의 2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