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9.26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데스크시각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4일(木)
보수의 미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확실히 보수의 위기다. 얼마 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 점심을 함께했는데, 그의 첫 관심사는 ‘진보 정권의 운명’이 아니라 ‘보수정당의 미래’였다. 진보 사회학자 출신인 조 교육감은 그 어떤 보수주의자 못지않게 보수의 앞날을 우려했다. 건강한 보수의 출현은, 그것이 진보를 각성시키고 보·혁의 각축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보수의 과제이자 진보의 의제일 것이다. 진보정치의 동력이 ‘과거와 싸우는’ 데서 나온다면 보수정치의 진정한 힘은 ‘미래와 싸우는’ 것에서 나온다. 보수의 착각은 혁신 없이도 반대론자들과 싸우기만 하면 지지층을 결집해 낼 것이라 믿는 것이다. 보수의 실수는 미래를 창안하는 지도력을 키우지 않은 것이다. 혁신 없는 보수, 지도력이 부재한 보수의 내일은 암울하다. 보수의 위기는 곧 리더십 부재의 위기다.

1987년 6월항쟁 직후는 혁신의 시대였다. 존멸의 기로에 놓인 보수도 파격적인 혁신을 꾀했다. 진보 진영의 급속한 정치적 진출과 사회적 욕구 분출에 몰린 노태우 정권이 야권의 지도자였던 김영삼(YS)까지 끌어들여 보수 리더십을 재구성한 게 1990년의 3당 합당이었다. 구보수의 해체와 신보수의 부상이라는 충격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권력 획득에 성공한 YS 정권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부 진보 진영의 의제까지 포용해 개혁 과제들을 실천함으로써 제도정치의 안정을 꾀했다. 군부 내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실시 같은 혁신 조치들이 전광석화와 같이 단행됐다. 한국의 보수가 가장 생기 넘치던 때였다.

하지만 보수가 국가 주도의 성장 신화와 반공주의라는 과거의 타성에만 의존하면서 길을 잃기 시작했다. 보수 지도자들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실패하자 오랜 지지자들까지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떠나기 시작했다. 진보주의자들이 젊은층을 흡수하는 동안 중·장년층에서는 보수의 탈주가 이뤄졌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쌓인 피로감은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탄핵을 겪으면서 극에 달했다. 3당 합당 당시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했던 비율이 60%를 넘었지만, 지금은 30%를 밑돈다. 보수의 분열은 이념적 분화와 함께 지역적 분화를 몰고 왔다. 영남권에서는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이 등을 돌렸다.

보수의 위기, 보수의 분열, 보수의 축소를 초래한 건 보수정치의 지도자들이다. 보수적 가치에 공감하면서도 지지를 보낼 보수정당 하나 가질 수 없게 한 지금의 상황은 곧 보수의 위기가 혁신 부재의 위기, 리더십 부재의 위기임을 말해준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가 벌어지고 기록적인 대선 패배를 겪었지만, 보수정치 엘리트들은 통렬한 자기 반성문 하나 내놓지 않았다. 모든 걸 내던지겠다는 각오도 보이질 않고, ‘천막당사’ 하나 꾸릴 기개도 용기도 없다. 대의제가 위임한 권력에 취한 채 자신을 길러준 유권자와 이웃을 잊어버린 이들.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래시는 책 ‘엘리트의 반란’에서 이들을 “민주주의의 배반자”라 불렀다. 이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지도력이 나타나고 발굴되고 훈련되고 충원되어야 한다. 이들이 뛰놀 플랫폼도 필요하다. 아직은 새로운 리더십도, 탄탄한 플랫폼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보수,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minski@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중학생 제자와 性관계’ 40대 여교사, 고교생과도…
▶ 18년간 30명 이상 살해해 먹은 ‘식인 부부’ 체포
▶ ‘어떻게 내 아내와’···술자리서 성관계한 지인 폭행 살해
▶ 서울市공무원들 ‘부글’… “내부부터 추슬러야”
▶ 美 “북핵 완전해결할 4~5가지 시나리오 검토중”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고려대 남성욱 교수, GQ 인터뷰서 “세계가 北무기 두려워하게 만들려 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한 것은..
mark‘중학생 제자와 性관계’ 40대 여교사, 고교생과도…
mark서울市공무원들 ‘부글’… “내부부터 추슬러야”
美 “북핵 완전해결할 4~5가지 시나리오 검토중..
‘금값 된 송이’ ㎏당 120만원…봉화 송이축제 ..
“故김광석 팬들 열광할수록 그의 아내가 돈 번..
line
special news 아이유 “새 앨범에서 ‘故 김광석 노래’ 뺍니다..
아이유, 10월로 출시 연기 “듣는 분들 불편할 것 같아…”“듣는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

line
“대통령도 노사정委 참여해라” 노동계 배짱요..
박원순 시장 “직원 극단적 선택은 제 책임” 공..
與 “사자방 수사” 野 “노무현 특검”… ‘과거와의..
photo_news
18년간 30명 이상 살해해 먹은 ‘식인 부부’ 체포
photo_news
“어차피 욕먹을거 데뷔”…탑과 대마초 피운 연습생 거침없..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17) 59장 기업가 - 10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결혼식 하객 예절 3
mark결혼식 하객 예절 2
topnew_title
number 초등생 딸 수년간 성폭행 ‘인면수심’ 아버지..
브라질 여행가면 ‘벼락 조심’… 年 8000만번..
‘해운대구’ 상승률 최고…‘서울~세종 고속도..
“강남권 재건축에 우리 브랜드 꽂자”… 10大..
‘어떻게 내 아내와’···술자리서 성관계한 지인..
hot_photo
강용석, 故김광석 부인 서해순씨..
hot_photo
UFC ‘마에스트로’ 김동현, 고미에..
hot_photo
상가 돌진한 음주운전 에쿠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