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6.21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데스크시각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4일(木)
보수의 미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허민 정치부 선임기자

확실히 보수의 위기다. 얼마 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만나 점심을 함께했는데, 그의 첫 관심사는 ‘진보 정권의 운명’이 아니라 ‘보수정당의 미래’였다. 진보 사회학자 출신인 조 교육감은 그 어떤 보수주의자 못지않게 보수의 앞날을 우려했다. 건강한 보수의 출현은, 그것이 진보를 각성시키고 보·혁의 각축을 통해 동반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보수의 과제이자 진보의 의제일 것이다. 진보정치의 동력이 ‘과거와 싸우는’ 데서 나온다면 보수정치의 진정한 힘은 ‘미래와 싸우는’ 것에서 나온다. 보수의 착각은 혁신 없이도 반대론자들과 싸우기만 하면 지지층을 결집해 낼 것이라 믿는 것이다. 보수의 실수는 미래를 창안하는 지도력을 키우지 않은 것이다. 혁신 없는 보수, 지도력이 부재한 보수의 내일은 암울하다. 보수의 위기는 곧 리더십 부재의 위기다.

1987년 6월항쟁 직후는 혁신의 시대였다. 존멸의 기로에 놓인 보수도 파격적인 혁신을 꾀했다. 진보 진영의 급속한 정치적 진출과 사회적 욕구 분출에 몰린 노태우 정권이 야권의 지도자였던 김영삼(YS)까지 끌어들여 보수 리더십을 재구성한 게 1990년의 3당 합당이었다. 구보수의 해체와 신보수의 부상이라는 충격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권력 획득에 성공한 YS 정권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부 진보 진영의 의제까지 포용해 개혁 과제들을 실천함으로써 제도정치의 안정을 꾀했다. 군부 내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실시 같은 혁신 조치들이 전광석화와 같이 단행됐다. 한국의 보수가 가장 생기 넘치던 때였다.

하지만 보수가 국가 주도의 성장 신화와 반공주의라는 과거의 타성에만 의존하면서 길을 잃기 시작했다. 보수 지도자들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실패하자 오랜 지지자들까지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떠나기 시작했다. 진보주의자들이 젊은층을 흡수하는 동안 중·장년층에서는 보수의 탈주가 이뤄졌다. 보수정권 9년 동안 쌓인 피로감은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탄핵을 겪으면서 극에 달했다. 3당 합당 당시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했던 비율이 60%를 넘었지만, 지금은 30%를 밑돈다. 보수의 분열은 이념적 분화와 함께 지역적 분화를 몰고 왔다. 영남권에서는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이 등을 돌렸다.

보수의 위기, 보수의 분열, 보수의 축소를 초래한 건 보수정치의 지도자들이다. 보수적 가치에 공감하면서도 지지를 보낼 보수정당 하나 가질 수 없게 한 지금의 상황은 곧 보수의 위기가 혁신 부재의 위기, 리더십 부재의 위기임을 말해준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가 벌어지고 기록적인 대선 패배를 겪었지만, 보수정치 엘리트들은 통렬한 자기 반성문 하나 내놓지 않았다. 모든 걸 내던지겠다는 각오도 보이질 않고, ‘천막당사’ 하나 꾸릴 기개도 용기도 없다. 대의제가 위임한 권력에 취한 채 자신을 길러준 유권자와 이웃을 잊어버린 이들.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래시는 책 ‘엘리트의 반란’에서 이들을 “민주주의의 배반자”라 불렀다. 이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지도력이 나타나고 발굴되고 훈련되고 충원되어야 한다. 이들이 뛰놀 플랫폼도 필요하다. 아직은 새로운 리더십도, 탄탄한 플랫폼도 잘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보수,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 minski@
e-mail 허민 기자 / 정치부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새벽 아파트 12층서 떨어진 아내…신고한 남편은 잠적
▶ 김정은 “날 제거하고 싶다고?” 폼페이오 “여전히 그렇다”
▶ 변종 노래방 ‘뮤비방’ 학교 주변서 성업
▶ 개그맨 김태호 군산 화재로 사망…뒤늦게 알려져
▶ 실종 여고생, 친구에게 “나에게 일 생기면 신고해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추락 여성 중태, 경찰 “남편 소재 파악 중” 부인이 아파트에서 추락했다고 신고한 30대 남성이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해 경찰이 뒤를..
mark헤어진 여친 집 침입 3차례 성폭행 20대 ‘집행유예’
mark‘盧정부 靑출신’은 승진 우선순위?… 檢내부 ‘뒤숭숭’
콧물 닦고 콜록콜록…멕시코, 집단 감기 증세
실종 여고생, 친구에게 “나에게 일 생기면 신고해줘..
김정은 “날 제거하고 싶다고?” 폼페이오 “여전히 그..
line
special news 개그맨 김태호 군산 화재로 사망…뒤늦게 알려져
개그맨 김태호(본명 김광현)가 전북 군산 주점 방화 사건으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51세. ..

line
‘선방 쇼’ 조현우, 집에서는 편지쓰는 ‘사랑꾼’
서청원 ‘한국당 탈당’ 선언… 중진들 ‘2선후퇴’ 불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왜 공지영 작가를 고소했나..
photo_news
조재현측, 재일교포 여배우 미투에 “화장실 성..
photo_news
“남자누드는 안돼”…인스타그램 계정 정지에 ..
line
[세종이 펼친 ‘진짜 정치’]
illust
중요한 일은 태종에게 묻고 결정… 孝道 하고 政治 배우고 ‘일..
[인터넷 유머]
mark새로운 연구 mark사오정의 딸
topnew_title
number 변종 노래방 ‘뮤비방’ 학교 주변서 성업
‘독기’ 품은 독일 “남은 경기 결승전처럼 뛰겠..
가상화폐거래소 해킹피해 1천억원 육박…줄..
영화감독들은 왜 신인 여배우를 주연으로 세..
‘週52시간 위반’ 처벌 6개월 유예
hot_photo
김성령,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심..
hot_photo
‘2018년 대형신인’ 민서
hot_photo
미국 래퍼 지미 워포 총격으로 사..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