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社에 6중 압박 융단폭격 ‘甲질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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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료 폐지·보편요금 반대에
공정위·방통위 등 3개 부처
행정처분·담합 현장조사 등
행정·규제권 동원 ‘융단폭격’

“갑질근절 외치면서 되레 갑질
통신시장 度 넘은 官治 우려”

‘대통령 공약인 ‘기본료 폐지’ 요구를 반대해 ‘괘씸죄’를 산 것인가?’

이동통신 3사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로부터 ‘융단 폭격’을 받고 있다. 새 정부가 막강한 행정권력과 규제권을 동원해 초법적인 시장 개입과 표적 조사를 불사함에 따라 “갑(甲)질을 뿌리뽑겠다면서 정부가 되레 ‘상(上) 갑질’을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8월 한 달 동안에만 이들 3개 부처가 이통사를 상대로 쏟아낸 현장조사와 실태조사, 규제연구 신규 시행, 행정처분, 입법예고 등만 해도 6건에 이른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8일 이통 3사에 오는 9월 15일부터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이는 행정처분 공문을 전달했다. 이를 앞두고 공정위는 9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에 대한 요금·단말기·유심 가격 담합 의혹을 규명하는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날 방통위는 이통 3사의 약정할인 고지의무 이행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25일까지 진행한다.

공교롭게도 경쟁 당국과 규제 당국이 동시에 현장·실태 조사에 들어간 9일은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실적과 투자 위축이 우려된다면서 이통 업계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상향 정책 도입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날이다. 정부가 이통사를 길들이기 위해 공개적으로 ‘압박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압박 수위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통 업계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공정위는 SK텔레콤만을 대상으로 추가 현장 조사를 18일 실시했다. 또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 1위인 KT를 겨냥해 ‘유료방송 합산규제 연구반’ 신규 가동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22일 배포했고, 23일에는 장관 고시로 이통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월 2만 원·1.3GB 데이터 및 200분 음성제공)를 도입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기업들을 상대로 ‘표적 수사’에 준하는 압박을 가하는 행태는 행정력 과잉 행사”라며 “통신 시장의 관치(官治) 행태가 이번만큼 도를 넘어서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