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의 5·18 특별조사 지시와 ‘과거事 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공군 전투기 부대의 출격 대기 의혹과 전일빌딩 헬기 기총 사격 논란에 대한 ‘특별조사’를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지시했다. 37년 전의 비극이지만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새로운 의혹들에 대한 규명은 필요하다. 또 최근 영화 ‘택시운전사’가 관객 1000만을 돌파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가해자들의 반성이 미흡하다는 논란이 이어지는 등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특별지시를 하고,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조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할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희생자들의 한을 풀어주기엔 미흡하지만, 이미 5·18은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되고, 국가기념일로도 기려지고 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등에서 4차례의 진상조사·수사가 이뤄졌다.

헬기 사격 논란과 관련, 1995년 검찰과 국방부 조사에서 당시 목격자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일단락 됐다가 지난해 전일빌딩 리모델링 과정에서 총탄 흔적이 발견돼 재론되고 있다. 이 사실은 이미 광주광역시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투기 출격 문제도 일부 언론이 당시 조종사들이 “출격지는 광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지휘관들은 비상계엄 확대 차원의 북한에 대비한 통상적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당연히 사실관계가 규명돼야겠지만 전모를 뒤엎을 정도의 새로운 내용이라 보긴 어렵다. 이 정도면 전문가와 학계의 영역에서 다루고, 정부는 관련 자료 등 필요한 협력을 제공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

어떤 사건이든 진실 규명은 필요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과거 정권에서 일어났던 ‘미심 쩍은 일’들을 모두 조사하자고 하면 의도와 무관하게 국민 갈등을 증폭시키게 될지 모른다. 최근 호남 민심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더 강도 높은 5·18 관련 법안을 내는 경쟁이 벌어지는 듯한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사(過去事) 정치라는 오해를 부르지 않도록 차분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