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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5일(金)
“原電이 잠재原爆? 몰라 하는 소리… 비행기보다 사고확률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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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원자력대학원대학교 인근 공원에서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나무처럼 오래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정근모前 과학기술처 장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기술은 세계 1등입니다. 미국보다, 유럽보다도 우리가 나아요. 상업용 대형 원전, 소형 원전, 실험용 원전(연구로) 3개 부문을 모두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국내 기술로 에너지 자립을 100% 완성한 데다, 수준도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우리 원전 산업은 하루 이틀 만에 생겨난 게 아닙니다. 실제로 제3세대 대형 원자로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짓고 있고, ‘스마트’란 이름의 소형 원전은 사우디의 설계의뢰를 받았고, 실험로도 단연코 한국 제품이 제일 좋아요. 네덜란드가 우리에 지어달라고 부탁할 정도니.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자고 하는데 이것보다 더 부가가치 높은 고급 일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사무실에서 만난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탈(脫)원전’을 화두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폭풍처럼 말을 쏟아냈다. 70대 말의 고령에도 불구, 그는 정확한 연도와 인명을 대며 1950년대 이승만 정부 때부터 시작된 과반세기 한국 원전의 자립사(史)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정 박사(또는 정 교수로 불러달라고 했다)와의 긴 인터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원전, 나아가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과학기술 이슈 전반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삼았다. 둘째는 1세대 과학자로서 과학입국 의지를 지닌 지도자와 의기투합해 대한민국의 기초를 다지던 회고담이었다. 사실 딱딱한 첫 번째 주제보다 이 부분이 훨씬 흥미로웠다. 박정희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이승만, 제1공화국부터 과학기술을 앞세워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려는 선구자들의 분투와 이에 호응해 치열한 멸사봉공의 삶을 살아온 천재들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로 후배들에게도 두고두고 들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아직 정식 회고록을 쓰지 않았다기에 반드시 기록을 남기라고 적극 권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신앙과 봉사의 제2인생을 살아온 사랑의 이야기다. 넘쳐나는 증언들로 따라 적기에 바빴지만 책 1권 분량은 될 ‘정근모 간이 회고록’을 좁은 지면에 차례로 옮겨본다.

―우리나라 원전 개발의 뿌리랄까, 초창기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6·25 전쟁으로 잿더미가 됐을 때 남들은 한국이 이제는 희망이 없다고 했어요. 그야말로 완전 파괴, 가진 것 하나 없었습니다. 이승만 같은 지도자만이 큰 자산이었죠. 과학기술로 나라를 세운다, 즉 ‘과학기술 입국’을 처음 실천한 분입니다. 미국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고 연설한 게 1953년입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5년 문교부에 원자력과를 만들고,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했습니다. 그때 우린 유엔 회원국도 아니었어요, 소련이 비토하니까.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 드릴까요? 미국 상업 원전의 파이어니어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워커 시슬러 박사가 1956년 방한해 이 대통령에게 우라늄 펠릿(긴 막대)을 보여주면서 ‘이것만 가지면 당신 나라의 에너지 문제는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답니다. 이승만은 세계정세를 볼 줄 아는 사람입니다. 2차대전 후 냉전 체제로 돌입하자 국력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경쟁이 가속화됐죠. 당시 정부의 과학기술 입국 집념은 보통이 아니었어요. 1958년 원자력법을 제정하고, 1959년 1월 원자력원이란 정부기구를 만든 후 2월 원자력연구소도 설립했습니다. 당시 과학의 총화가 원자력이었죠.”

―세계 1위 원자력기술의 자립은 어떻게 확보한 겁니까.

“IAEA 회원국이 된 후 우리가 미국의 실험용 원자로를 받겠다고 나섰죠.(벽에 걸린 사진을 가리키며) 이게 바로 태릉 원자력연구소에 실험로 ‘트리가마크 Ⅱ’를 설치하는 장면이에요. 당시 과기처 장관과 원장 뒤 어딘가에 젊은 제가 배경으로 서 있을 겁니다. 이렇게 원전 선진국의 제품을 직수입해 연구에 불을 붙인 뒤, 경제개발 단계에 맞춰 서서히 자립도를 높여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82년 귀국해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사장을 맡으면서 한국형 원전의 표준설계에 매진했던 기억이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1세대, 2세대, 3세대 원전으로 올라가면서 정상 수준의 기술 축적이 이뤄졌다고 보면 됩니다. 초기 IAEA 회원국 중엔 터키, 말레이시아도 있었어요. 다들 하겠다고 나섰지만 하지 못했죠. 하지만 우리는 말로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해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할 수 있는 나라가 있을까 말까 해요. 우리가 스스로 개발해낸 원전이 21세기의 큰 산업이라고 난 생각해요. 설계에서 건설, 운전·운영 및 관리, 수명이 다하면 폐로와 사용후핵연료 처리까지 모두 해줄 수 있거든요. 우리는 이미 25개 원전을 국내에 지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신재생 에너지론자들의 제안이 너무 이상에 치우친 것 아닌가요.

“탈원전 정책은 이상적이라기보다 너무 과격해요. 왜냐하면 에너지 믹스(Mix)는 2년마다 전력수급계획으로 조정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짓고 있는 걸 딱 중단할 필요가 있나요? 노후 원전이 곧 다가오지 않습니까. 그걸 조정해가면서, 안전성이 월등한 새 원전을 공급해가면서 2세대 원전을 폐기하면 좋은데, 새 원전 건설을 중단하다니…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죠.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정책이 절실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출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국내에서는 짓던 걸 갑자기 중단시킨다? 탈원전은 그래서 엇박자입니다. 영국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지 않겠어요? 영국이 어딥니까, 원전과 과학기술의 원조 아닌가요? 원전의 원조가 우리를 선호한다는데, 갑자기 우리는 중단한다니. ‘어떻게 된 거냐’ 제게도 문의가 오고 정부는 아마 더 당혹스러울 거예요.”

(영국은 2025년까지 원전 3기를 짓는 21조 원짜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우리는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수출하려 애쓰고 있다. 국내에서 건설을 중단한 신고리 원전 5·6호기와 이미 우리가 수출에 성공한 UAE 원전의 원자로와 같은 모델이다.)

―가장 오해가 많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문 대통령이 관람했다는 영화 ‘판도라’ 보셨나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진 것 같은데요.


“원전 개발사 기록에 남은 큰 사고는 1979년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福島) 세 번입니다. 각각 안전요원의 부주의, 원자로의 자체 설계 결함, 해일 같은 대형 자연재해가 원인입니다. 저는 판도라를 보지 않았지만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직전에 개봉됐던 미국 영화 ‘차이나 신드롬’은 기억이 납니다. 헨리 폰다의 딸 제인 폰다가 주인공으로 나온 영화인데요. 최악의 원전 사고를 가정해 원자로가 과열로 녹아내리는 노심(爐心)용융, 그리고 외부로 흘러나온 핵연료가 땅속으로 스며들어 마그마와 합쳐져 미국의 지구 반대쪽 중국까지 도달한다고 묘사하죠. 천만에요, 과학적으로는 틀릴 뿐 아니라, 전혀 불가능한 일입니다. 영화란 게 공상적인 것도 많이 넣잖아요. 스리마일의 경우 급수계통에 이상이 생긴 후 운전원의 대처가 잘못된 사례입니다. 사람 하나 안 다치고, 방사능 유출도 없고, 그냥 재산피해를 본 겁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과학재단을 중심으로 미국 원자력 정책의 획기적 전환을 이뤘지요. 핵심은 안전 훈련입니다. 안전관리, 나아가 ‘위기관리(Risk Management)’ 개념을 만들었죠.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로 설계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탄소를 감속재로 쓰는 이 흑연로는 과거 소련이 핵무기 제조 원료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설계해 애초부터 세이프티 개념이 안 들어갔어요. 심지어 방사능의 외부 누출을 막아줄 마지막 방어벽인 격납고도 없었죠. 1세대 원전은 흑연로가 많았지만 2세대 원전부터는 아예 사라졌습니다.”

(체르노빌 사고는 저전력 상태에서 냉각 펌프가 정상 작동이 되는지 테스트하던 중 발생했다. 원자로 노심의 수증기 증가가 핵분열 반응을 가속화시키는 설계상 결함 때문에 증기 폭발, 수소 폭발의 2차례 폭발이 일어났다. 31명의 소방관과 긴급요원들이 목숨을 잃었고, 방사능 물질 누출로 우크라이나와 이웃 유럽국가에 암 환자 증가 등 방대한 피해를 줬다. 후쿠시마 사고는 140년 만의 대형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전기를 덮쳐 냉각이 되지 않자 원전의 수소 폭발이 일어난 사례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 공포가 있었다.)

―원전의 안전성을 정말 믿어도 됩니까. 일반인들은 원폭과 원전을 혼동하면서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는데요.

“원전을 언제든지 원폭처럼 변해 터질 수 있는 ‘잠재 원폭’쯤으로 오해하고 있어요. 동위원소가 달라 안 됩니다. (원전의 핵연료 농도는 원폭의 고농축에 비해 매우 낮다. 짧은 시간에 연쇄 핵분열을 일으키는 원폭과 달리, 원전은 매우 느린 속도로 핵폭발을 억제하는 기술이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고 하는데, 그게 핵이 폭발한 게 아닙니다. 원전을 식히는 냉각 계통에 문제가 생겨 증기나 수소가 폭발한 거지요. 가장 많은 원전 사고의 유형이 바로 냉각재 손실 사고(loss-of-coolant accident)입니다. 역사상 3대 원전 사고는 원폭과 전혀 무관합니다. 원전이 언젠가 폭탄처럼 뻥 터진다, 이런 오해는 정말 몰라서 하는 소립니다. 원전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성 확보입니다. 핵연료에 포함된 동위원소가 생태계에 못 들어오도록 아홉 겹의 방어벽, 즉 9중 차폐가 돼 있습니다. 심층방어 시스템이라 합니다. 2세대 원전부터 적용되고 있지요. 내진 설계도 원전의 핵심입니다. 쉽게 말하면 원전은 그 동네에서 지진에 가장 안전한 건물이에요. 후쿠시마는 지진 이후 해일이 문제였죠.”

―그래도 원전 운전은 사람이 하는데 인재(人災)를 막을 수 있느냐, 기계도 100% 신뢰할 수 있느냐, 걱정하는 이들이 남아 있어요.

“혹시 석탄 쓰는 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방사능이 원전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석탄에 우라늄이 함유돼 있거든요. 원전은 안전 설계의 엔지니어링 기술이 들어간 거고, 화력발전소는 안 했으니까 당연하죠. 미국 원전 앞에서 낚시질하는 사진 본 적 없죠? 미국에서 60년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정책으로 전환해 원전을 만들 때 안전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많은 분은 원전에서 혹시 방사능이 유출될까 걱정하지만 처음부터 못 나오게 차폐된 안전시설이죠. 사람을 믿을 수 없다? 안전설계 등 만반의 조치를 했지만 실제 사고가 터졌다 이거죠? 비행기 탈 때 조종사가 일부러 자살하려고 마음먹으면 그게 안전한 거냐고 묻는 질문과 마찬가지예요. 김정은 같은 사람을 우리가 정상이라고 보지는 않잖아요? 현대 과학기술에서 원자력과 항공우주 양대 분야가 선두주자입니다. 안전성 공학이란 개념을 만든 게 원자력업계죠. 원자력은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를 합니다. 사고 확률은 비행기보다 훨씬 낮습니다.”

(일반인들이 항공기 사고와 원전 사고를 달리 보는 이유는 선택 가능성 때문이다. 비록 더 위험해도 항공기 사고는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된다. 장거리 여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타야 하는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러나 원전 사고는 국경과 시간을 넘어 지속될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대안 의식이 심리적 거부감의 뿌리에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원전에서 에너지로 범위를 넓혀보겠습니다. 박사님은 전기·가스·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를 두루 섭렵한 ‘에너지 석학’으로 불립니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와 원전, 신재생 에너지 간 ‘에너지 믹스’ 전략을 어떻게 갖고 가는 게 현명한 국가적 처신일까요.

“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해야 하느냐, 앞으로는 거의 다 전기를 공급해야 합니다. 나는 10년 전부터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 전기를 공급하는 ‘산전국(産電國)’이 돼야 한다고 떠들었어요. 전기를 생산할 때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발전, 석탄·가스 화력발전, 원자력발전, 이런 걸 어떻게 잘 혼합하느냐가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요즘 이거 아니면 저거다 생각들 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어떻게 에너지 믹스를 최적화할 수 있느냐 이게 중요해요. 특히 원전은 하나 지으면 60년 가는 거 아닙니까. 금방 없앨 수가 없지요. 몇 개를 짓느냐가 문제지, 길게 가는 건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전력수급계획을 슬기롭게 가져가야죠. 올 연말까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 계획은 2년마다 롤링(Rolling)플랜으로 리뷰를 하는 거지, 딱 끊는 식으로는 못해요.”

―비유를 하자면, 지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건강을 위해 깨끗한 생식만 하자는 것 같아요. 인체에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고른 영양 섭취가 필요한데 말이죠.

“그럼요, 적절하게 해야죠. 그리고 에너지는 단기적 이슈가 아닙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앞으로 5년간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했는데, 5년이 문제가 아니라 60년 이상 가는 안목이 필요하거든요. 에너지 공급을 장기적으로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생각을 해야지, 문재인 정부 동안만 안 올리면 다음 정부는 어떻게 합니까. 다시 말하지만 에너지 전략에서 각론으로 가기 전에 중간 이슈는 전기 문제입니다. 전력 공급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품질도 유지하느냐 이거죠, 예컨대, 전기가 잠깐이라도 나가면 정전입니다. 정전이 거의 없도록 연중 관리해야 합니다. 제가 미국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70년대 초에 오일쇼크가 왔어요. 후반에 한 번 더 왔죠. 뉴욕공대 교수로 있다가 휴직하고 미국과학재단의 에너지정책 책임자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1차 오일쇼크 때는 미국도 제대로 대처를 못 했거든요. 그래서 2차 쇼크 때 지미 카터 대통령이 에너지 석학들을 모두 워싱턴에 모아 과학재단에서 심포지엄을 여러 차례 열었어요. 제가 그걸 정리해서 카터 대통령에게 보고했죠. 그때 이미 지금 한창인 셰일가스 개발도 거론됐어요. 당시엔 기술적으로 간단치 않았었죠. 에너지 문제는 그만큼 호흡이 긴 겁니다.”

인터뷰=노성열 부장(경제산업부)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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