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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5일(金)
정 前장관이 걸어온 길… 24세때 美대학 강단 서자 ‘꼬마교수’로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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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원자력대학원대학교 인근 공원에서 에너지 자립의 기반인 국산 원전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이승만 권유로 물리학 전공

“제가 옛날에 시험 하나는 잘 봤어요.”

정근모 박사는 인터뷰 중 자신의 걸어온 이력을 설명하면서 별일 아니라는 듯 슬쩍 이렇게 말했다. 사실 그는 ‘수석’과 ‘월반’으로 점철된 천재, 최소한 세계적인 수재의 인생을 살아왔다. 경기 중·고 수석 입학, 서울대 차석 입학에 이어 24세 때 미국 교수가 됐다. 학생들보다 어려 ‘꼬마 교수(Boy Professor)’로 불렸다고 한다. 귀국해서는 32세에 한국과학원 부원장, 45세에 한국전력기술 사장이 됐다.

정 박사는 1951년 전쟁 통에 부산으로 피란 간 경기중학교를 수석 입학했다. 당시 수능처럼 국가고시로 치러진 이 시험에 평균 260점에 476점 득점을 했다고 그는 기억했다. 이 인연으로 이승만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이후 경기고를 2년이나 월반해 검정고시로 서울대 물리학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실험실도, 교수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 실망해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지망, 또 수석 합격했다. 법대, 상대 출신 일색인 대학원에 1등으로 들어가자 신문에 ‘물리과 출신이 행정대학원에 수석 입학’이라고 대서특필됐다. 이 기사를 본 이 대통령이 다시 불러 “왜 행정학을 하느냐, 미국에 가서 (조국에 도움이 되는) 물리학을 해라”고 강권하다시피 해 할 수 없이 미국 미시간대 응용물리학과 박사 과정으로 가게 된다.

정 박사의 회고가 이어진다. “전 정말 가기 싫었어요. 물리학을 잘 모르는 데다 행정대학원에서 너무 엔조이했거든. 당시 하버드대 등 미국의 우수한 교수들이 직접 와서 가르쳤어요. 그래서 미국 가서도 3년 만에 빨리 박사를 마치고 행정학을 계속하려고 하버드대 행정대학원(현 케네디스쿨) 입학허가까지 받아 놓았죠. 하지만 당시는 63년 스푸트닉 쇼크 때였어요.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으면 교수직을 그냥 받던 시절이에요. 프린스턴대 핵융합연구소로 갔다가 매사추세츠공대(MIT) 핵공학과 교수로 스카우트 당했습니다. 아쉬움에 하버드대에서 과학기술 정책 연구를 병행해 ‘개발도상국 두뇌유출 방지’를 주제로 논문 한 편을 썼어요. 이게 나중에 한국과학원(카이스트의 전신) 설립의 뿌리가 됐죠.”

정 박사는 결국 미국 생활을 잠시 접고 1971년 한국과학원 부원장으로 조국의 부름에 응했다. 4년 후 뉴욕공대 핵융합연구소장으로 돌아간 그는 미 국무성 국제개발처와 미 과학재단 수석심의관으로 미국의 정책 형성에도 깊숙하게 발을 들여놓았다. 그랬던 정 박사가 1982년 한국전력기술 사장으로 영구 귀국하게 된 것은 ‘버마 아웅산 테러’로 순직한 김재익 전 경제수석의 권유 때문이었다. 경기고 동기인 김 수석이 처음엔 “당신이 한국과학원을 만들었으니 책임을 져라”며 총장으로 올 것을 권했다.

그러나 당시 아들의 중병으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망설이던 중 ‘세상이 바뀌었다.’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게 순리란 종교적 각성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형 표준 원전 설계, 중간진입 전략(선진국의 틈새 기술을 응용한 신속 기술개발 모델) 등 90년대 과기처 장관을 두 번 지내면서 펼친 그의 경륜은 여기서 시작됐다.

△1938년 서울 생 △경기 중·고 수석 입학 △서울대 물리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 응용물리학 박사 △MIT 교수 △한국과학원 부원장(1971∼1975) △미국 과학재단 수석정책심의관 △한국전력기술 사장(1982) △국제원자력기구(IAEA) 의장 △12, 15대 과기처 장관 △한국해비타트 이사장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 △호서대·명지대 총장 △현 카이스트 초빙석좌교수 노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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