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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5일(金)
미군 철수론을 보는 4가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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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주한미군 철수설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긴장시키고 있지만, 금방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의 주한미군 철수 관련 주장은 △미·중이 김정은 정권 교체에 합의하거나 △미·북이 핵 동결 등과 평화협정을 주고받는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그러나 베이징(北京)은 평양 정변(政變)에 반대하며, 워싱턴은 평양과의 ‘합의’가 쉽게 휴지조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 속의 미군 철수설은 한국 사람들이 이 문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측면에서 더 주목된다. 정확한 구분은 어렵지만 대체로 네 가지 부류가 관찰된다.

첫째, 이민 가겠다는 사람들.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실제로 떠날 ‘여건’을 갖춘 사람들이 꽤 많다. 앉아서 북한에 당하느니 떠나겠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매년 국내 거주 미국인을 일본으로 피신시키는 훈련을 하는데, 해당자가 20만 명이나 된다. 미군 직계 가족도 있지만, 대다수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이다. 미 시민권자 말고도 외국 시민권자·영주권자나 해외에 주택을 보유해 언제든지 출국할 준비가 된 사람이 적지 않다.

둘째, 자부자강론(自富自强論). 북한을 억지하고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는 사람들이다. 북핵에 맞선 전술핵 반입도 주장한다. 만일 미군이 철수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부국강병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이 그룹의 생각이다. 프랑스처럼, 미군이 떠나도 동맹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지 않는 중국과의 안보 협력에는 신중하지만, 시장경제를 통한 협력에는 적극적이다. 미군이 없어지면, 일본과도 군사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군이 철수해도 전술핵 배치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미 전략핵은 전략사령부 소관이지만, 전술핵은 전구사령부(한국의 경우 태평양사령부) 관할이다. 만일 미군도 없고 전술핵도 어렵다면, 국제사회의 제재를 각오하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그룹 다수의 생각이다.

셋째, 중국을 대안(代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평소에 미군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떠난다면 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미군이 계속 주둔하더라도 우리의 자주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전시작전권을 빨리 찾아오고, 군 기지 오염 등도 엄밀하게 따져서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그룹이다. 북한의 인권 탄압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고,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도 찬성하지만, 국제사회의 비판적 시각은 의식한다. 미국이 떠나면 중국이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중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중국은 핵선제불사용(NFU) 원칙을 견지해왔지만, 2013년 11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핵우산을 약속했다.

넷째,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는 사람들. 미군 철수를 외세로부터의 해방으로 보는 그룹이다. 일부는 북한 핵은 어차피 우리 민족의 핵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모든 통일은 옳다’는 사람들도 있다.

미군 철수를 미국이 직접 거론한 적도 있다. 2003년 9월 토머스 허버드 미국대사는 한국 전투병을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으면, 미군 3000명을 빼겠다고 통보했다. 깜짝 놀란 참모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주한미군 3만 명 가운데 3000명이 빠지면, 연합사 체제가 무너지고, 전면적인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놀랄 일입니까? 나는 좌파라 그런지 별로 놀랍지가 않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심정은 세 번째 그룹과 비슷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미군을 빼내지 못하도록 전투병 위주로 3000명을 파병했다. 두 번째 그룹에 가까운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군 철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발언을 들어보면 두 번째와 세 번째 그룹 사이 어디쯤일 것으로 추측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골수’ 지지자들은 세 번째가 많고, 네 번째 그룹도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 법의 테두리에서 어떤 생각이든 할 수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안보가 흔들리면 정권도 흔들리고, 국민 각자의 삶이 매우 고단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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