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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5일(金)
‘영혼 있는’ 前공직자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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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며칠 전 업무보고 자리에서였다. 정권 뜻에만 맞추지 말라고도 했다. 그 말을 듣는 공무원들은 대통령과 눈을 못 맞추고 주눅 든 모습이었다. 그게 아이러니했으나, 공직자들이 정권이 아닌 국민 편에서 소신을 지켜야 한다는 말은 울림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공무원들만 질타해서 될 일인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증언을 돌아보면, 생각의 넌출이 다른 쪽으로 뻗는다. 알려져 있다시피, 유 전 장관은 영혼을 고집하다가 노무현, 박근혜 두 정권의 요직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난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차관을 지냈던 그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는 공직을 임명할 때 먼저 능력이 있느냐를 보고, 그다음에 내 편이냐를 따졌다.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해서 그 룰을 깨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했다. 그것이 깨진 게 노무현 정부라고 기억한다.”

노 정부가 그렇게 한 것은 자신들의 선의에 대한 과신 때문이었다. 정권이 앞장서서 세상을 다 바꿀 수 있다고 여겼다. 시장의 질서보다 자신들의 선의가 더 중요했다. 그것이 집권 후반기에 국민 대다수에게 독선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현 정부는 노 정부의 성공을 계승하고 실패는 넘어서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편의 달콤한 연대에 취해서는 안 된다. 초반기 높은 지지율의 흥감에 젖어 모든 사안에서 정권의 뜻만을 관철시키려고 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썩 좋지 않은 조짐이 있다. 정부 시책에 이견을 내면 적폐 세력으로 몰리는 분위기.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정부가 선의를 내세워 추진하는 정책에 감히 어떻게 어깃장을 놓을까. 입을 봉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는 자조가 관가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유 전 장관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도 인기가 꽤 높았던 초기엔 국민 통합을 내세웠다. 박 대통령은 그에게 장관직을 제의하면서 “나를 반대한 젊은 문화예술인들도 안고 갈 수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통합 지향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김기춘 씨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였다. 김 전 실장은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을 응징하라고 문체부 등에 요구했다.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 환란에서 그는 정권 편과 아닌 편을 가르는 칼을 휘둘렀다. 대통령은 그의 전횡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조장했다. 내 편의 충성이 달콤했기 때문이다.

고금의 정치권력은 다른 듯 같은 모습을 지녔다. 서로 얼비치는 경상(鏡像)이라고나 할까. 집권 후 시간이 좀 지나면 충성도가 모든 평가의 으뜸 기준이 된다는 것. 내 편 심기에 골몰하며 아름다운 명분을 내걸지만, 사실은 충성을 쉽게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 요즘 이 정부의 인사에서 그런 조짐을 느끼는 것이 꼭 반개혁세력만일까. 그걸 느끼는 공무원이 과연 소신을 고집할 수 있을까.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국민의 뜨거운 열망을 받고 있는 문 대통령과 이 정부의 핵심들이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한다. 공무원에게 영혼을 요구하려면 먼저 신뢰를 줘야 한다. 정권이 공언한 대로 능력 위주로 사람을 쓰고 미래 지향적으로 국민 통합을 지향한다는.

jeijei@
e-mail 장재선 기자 / 문화부 / 부장 장재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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