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냉전 이후 최대 군사훈련… 나토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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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벨라루스와 유럽 접경서
병력 10만명 이상 동원할 듯
나토 “사전통보 협약 이행해야”

러 “1만3000명 넘지 않아
참관자 초청 의무에 해당안돼”

러시아가 내달 유럽 접경지역에서 진행하는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자파드 2017’ 군사훈련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나토는 러시아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원국 간에 체결한 ‘빈 문서’에 따라 1만3000명 이상의 병력이 참가할 경우 참관자를 초청해야 하는 군축협상 규정을 위반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24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다음 달 14∼20일까지 자국과 자국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벨라루스 일대에서 4년마다 시행되는 자파드 군사훈련을 진행한다. 나토에 속한 폴란드와 발트 해 연안국들은 러시아가 이번 훈련에 1991년 이래 최대 규모인 총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동원해 노골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알렉산더 그루슈코 주나토 대사는 이번 훈련에 동원될 병력이 1만30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훈련을 여러 개로 나눠 병력을 1만3000명으로 제한하는 꼼수를 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토는 러시아가 빈 문서에서 규정한 군사훈련 관련 투명성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1990년 빈 협약에서 이들은 ‘최소 9000명 이상의 병력과 250대 이상의 전차가 참가하는 훈련은 42일 전에 문서로 통보하고, 1만3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훈련은 반드시 참관자를 초청해야 한다’는 내용을 의무화했다. 군사력 운용에 제한을 가해 전쟁준비가 조기에 경보 가능하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나토 관계자는 “빈 문서에 따른 감시단은 사전훈련 시나리오와 진척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훈련에 관해 얘기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훈련현장을 항공기로 둘러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이 기준에 미흡하게 선택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벨라루스가 나토 측 참관자 2명이 방문하도록 초청했지만, 이는 빈 문서에 규정된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나토와 러시아 간의 긴장은 그간 점진적으로 고조돼 왔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크렘린궁과 갈등을 빚어왔고, 최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미 상원에서는 러시아 제재 법안이 통과됐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빈 문서’=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원국들이 군 전력과 국방 예산, 무장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사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신뢰 구축 조치.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는 1973년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균형군감축회담(MBRF)을 16년 동안 진행해 재래식 무기 군축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