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 더 보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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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올해 초,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전력의 40%를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하는 남호주 지역의 전력 불안정 문제를 100㎿급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설치, 100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맬컴 턴불 호주 총리에게 제안해 화제가 됐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에너지원이지만 공급의 변동성으로 인해 전력 계통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신재생 에너지의 불안정한 출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할 수 있는 ESS 설치가 필수적이다.

유럽연합(EU)은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ESS 설치와 계통 확장 등에 약 1500억 유로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기능 외에도 전력 피크 관리, 비상용 디젤 발전기 대체 전원, 송·배전 주파수 조정 등의 역할을 하는 ESS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ESS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ESS 보급 실적은 3.4GW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파리협약의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2도 이내 유지’를 위해서는 2025년까지 25GW 규모의 ESS 추가 보급이 필요하다. 또한,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9억 달러에서 2025년 347억 달러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전력 피크 수요 관리 및 비상 전원 등이 ESS 시장의 57%, 송배전용 27%, 신재생 에너지 연계용이 16%를 차지할 것이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비용 하락과 대용량화에 힘입어 ESS의 주력 기술로 부각되고 있으며, 지난해 신규 설치된 500㎿급 ESS의 90%를 차지했다. 가격 또한, ESS 시장이 확대되면서 2010년 ㎾h당 1000달러에서 2016년 273달러로 약 73% 떨어졌고, 2030년에는 74달러까지 하락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주요국은 ESS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보조금, 세액공제, 전기요금 할인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ESS 분야의 투자세액공제를 지원한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전력사업자에게 ESS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도 ESS와 태양광을 연계하는 경우, 설치 비용 보조 또는 설치비의 30%까지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일본도 중앙정부와 도쿄(東京) 등 지자체에서 ESS 설치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ESS 보급 확대를 위해 설치비 보조, 정책금융 지원, 전기요금 할인 등 다양한 지원책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연계형 ESS에 대해서는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중치를 최대로 주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아울러 한국에너지공단과 신용보증기금, 신한·우리·국민은행 간 ESS 전용 우대금융 상품도 개발해 지원하고 있다. ESS 대여 및 통합 서비스 사업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ESS 국내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 ESS 신규 보급 물량은 2015년 177MWh에서 2016년 225MWh로 27% 늘었으며, 특히 올해는 431MWh로 전년 대비 91.5% 이상 대폭 늘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새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국내 ESS 보급이 계속 늘어날 것이다. ESS 국내 보급 확대와 더불어 해외 진출 역시 활성화하고 있다. 지난 3년간 LG, 삼성 등 국내 제조사의 제품이 글로벌 ESS 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태양광과 연계된 ESS 통합 시스템의 해외 수주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외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계기로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면 에너지 강국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