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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8일(月)
자화자찬으로는 ‘소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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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쓴소리를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다. 오죽하면 ‘꿀도 약이라고 하면 쓰다’는 속담까지 있겠는가. 누구나 옳고 그름을 기탄없이 지적하는 직언(直言)보다 비위에 맞는 말이 우선 듣기 좋은 것이다. 하지만 쓴소리나 직언의 경청(傾聽)은 지위가 높을수록 더 중요하다. 그것이 ‘소통(疏通)’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듣기 좋은 말만 들어서는 소통이 이뤄질 수도 없고, 현실을 직시하기도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에 이른 핵심 요인 중 하나도 쓴소리를 듣지 않은 ‘불통(不通)의 독선적 리더십’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통을 거듭 강조해온 이유도 달리 없을 것이다.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지난 5월 25일 주재하며 “대통령 지시사항에 이견(異見)을 말씀드려도 되느냐”는 임종석 비서실장 질문에는 “이견 제기는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소통’ 실상(實相)은 문제가 심각하다. 소통의 기본은 쌍방향인데 일방통행으로 빗나가고 있다. 언론이나 야당의 쓴소리·직언엔 귀를 막거나, 들어도 무시한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자화자찬(自畵自讚)이나 사실상 ‘우리끼리’ 외침·덕담 등을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착각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러니, 면전에서 낯뜨거운 ‘문(文)비어천가’까지 버젓이 읊게 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26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추미애 대표는 “절실·성실·진실의 ‘3실’로 대통령이 되셨는데, 이제 국민과 소통하고, 역사와 소통하고, 미래와 소통하는 ‘3소’ 대통령이 되셨다” 운운했다. ‘대한민국 대한국민’ 캐치프레이즈로 지난 20일 개최된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는 또 다른 예다. 정부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들이 인디 밴드 데이브레이크의, 제목부터 듣기 민망한 ‘꽃길만 걷게 해줄 게’ 공연에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로 호응하는가 하면, 미리 선정된 질문자들의 각본에 따른 질문에 문 대통령과 장관·수석 등이 사실을 호도하거나 하나 마나 한 답변을 했다. 사회자가 “어디서 질문이 나오고, 어디서 답변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각본 없는 질의·응답인 것으로 국민을 속이기까지 한 그런 ‘정권 홍보 쇼’를 저녁 8시부터 1시간 동안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JTBC·YTN·연합뉴스TV 등이 생중계했다. ‘소통 아닌 쇼(Show)통’ ‘자화자찬의 디너쇼’ ‘그들만의 예능 쇼나 다름없는 천박한 오락 프로그램’ ‘방송을 독점하며 짜고 친 고스톱’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송 개혁이 이런 것인가’ 등 야(野) 3당 혹평을 자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했지만, 그 방식이 빗나가선 허울뿐이기 마련이다. 자화자찬식이거나 일방통행식이어선 소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지난 17일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역대 정권을 통틀어서 가장 균형 인사, 탕평 인사, 통합적인 인사라고 국민들이 평가한다”고 강변한 것도 그런 예다. 흠결투성이인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장관 임명을 강행한 노골적 ‘코드 인사’까지 ‘국민과 간접 대면하는 자리’인 기자회견에서 어이없는 자화자찬을 하면서 소통한다고 할 순 없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조차 “어떤 국민이 그렇게 인정하나. 문 대통령이 자화자찬했는데, 벌써 오만한 ‘끼’가 보인다”고 개탄하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젠 뉴스의 생산을 넘어 유통에까지 직접 나서겠다는 식이다. ‘국민 소통 플랫폼’이라며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와대 TV’를 지난 17일 개설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8일 출연한 ‘소소한 인터뷰’에선 “좋은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행복하다”며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권력에 대한 견제·비판이 본연의 역할인 언론을 건너뛰고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만 알리겠다는 취지일 것이다. 쓴소리를 경청하고 수용하긴커녕 일방적 선전·자랑만 하는 것이 소통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자화자찬이 독선(獨善)과 불통의 출발이라는 사실을 문 대통령부터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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