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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8일(月)
‘관료의 영혼’과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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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1864∼1920)가 말한 ‘영혼 없는 관료’는 요즘 우리 사회의 용법과 다르다. 그는 정부나 기업 같은 대규모 조직이 복잡한 업무들을 합리적·효율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이상적 모형으로 관료제를 제시했다. 핵심 요소인 분업화, 계급제, 비인간적 규칙은 관료의 사적 감정을 배제해 행정 업무를 ‘비(非)개인화’함으로써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였다. 비인간적 규칙은 오늘의 법률, 명령, 규칙은 물론 사회 통념까지 아우른다. 인치(人治) 아닌 법치(法治)와 정치적 중립까지 포괄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직언은커녕 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청와대나 조직의 장이 시키는 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을 지칭하는 데 쓴다. 정권 교체기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더 높고 광범위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신임 부장·차장 검사의 전입신고 자리에서 “상사는 후배의 말을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아랫사람이 진언한 적이 있는지도 보겠다”고 했다. 조직 내 의사소통을 활발히 함으로써 국정농단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자성(自省)이겠지만, 상명하복 질서가 엄격한 검찰에서 그런 소리가 나왔다는 것은 의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부 부처의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 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 수반의 당부는 정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 후보인 김명수 전 춘천지법원장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김 후보는 지난 2월 춘천지법의 사무 분담을 판사들끼리 토론해서 정하도록 했다. 이는 수직적 사법행정을 개혁하려는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은 반면교사다.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 갈수록 일방통행식 지시가 많아졌고, 불통과 아집이 심해졌다. 문 정부는 관료제의 핵심은 법치와 정치적 중립임을 새겨야 한다. 아울러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나 노태강 전 체육국장(현 제2차관)처럼 직언을 하고 소신을 지킬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관료의 영혼이 코드 맞추기가 되는 ‘내로남불’로 치달으면 5년 뒤엔 또 흑역사가 반복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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