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남 도발을 대화 신호라는 靑 ‘국가 保衛’ 개념 있나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에 대한 청와대 반응은, 국가 안보 의지와 역량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황당하다. 북한은 지난 26일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다. 1발은 공중 폭발했으나, 2발은 250㎞를 날아갔다고 한다. 발사 직후 북한 매체들은 백령도·대연평도 점령 훈련을 25일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도 청와대는 심각성을 축소하고, 심지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큰 신호”라고 해석했다고 한다. 국제정치학자나 논평가 같다. 안보 당국은 그런 인식을 가져선 안 된다. 지금은 대화 운운할 국면도 아니지만, 언젠가 대화를 하더라도 압도적 무력과 결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화는 무의미하고, 평화 공세에 속아 자멸을 부를 수도 있다.

이번에 드러난 청와대 인식을 보면,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문제지만, 한국을 겨냥한 단거리 발사체는 괜찮다는 식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선 단거리 발사체가 더 실재적 위협이다. 청와대는 또 개량된 300㎜ 방사포로 추정되고, 따라서 ‘전략적 도발’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사거리 250㎞에 이르는 개량된 300㎜ 방사포 발사였다면 오히려 더 심각한 위협이다. 북한의 기존 300㎜ 방사포 사거리는 200㎞ 정도로, 성주 사드 포대 등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사거리가 250㎞로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즉, 북한이 전쟁 양상을 바꿀 수 있는 또 하나의 ‘전략적 신형 무기’를 개발한 것이 된다. 그런데 이번 발사체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이 아니기에 큰 문제가 아니라며 외국의 반응만을 살피고 있으니, 도대체 어느 나라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안보는 항상 ‘최악의 사태(worst scenario)’를 가정해야 한다. 그런데 주관적 희망을 바탕으로 한 근거 없는 낙관 속에서 ‘대화’에 집착하고 있다. 헌법 제69조의 대통령 선서는 ‘헌법 준수와 국가 보위(保衛)’로 시작한다. 청와대 대응을 보면 올바른 안보 개념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