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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29일(火)
문재인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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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매 정권의 집권 초기엔 정치권 안팎에 ‘대통령 시계’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통령 시계는 곧 권력과 가깝다는 증표(證標)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집권 중반에 들어서면 급속히 인기가 떨어지긴 해도 최근 권력 주변에선 이 시계를 얻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난 26일 처음으로 청와대 오찬에 초청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준비된 시계 물량이 없어 못 받았다고 하니 ‘문재인 시계’ 인기는 현재 상종가다.

제작단가로 따지면 4만∼6만 원 선인 대통령 시계가 인터넷에선 30만 원을 준다고 해도 구할 수 없고 이것도 진짜 파는 것이 아니라 ‘낚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기념품으로 시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8년 제9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만들면서부터다. 당시로선 손목시계가 귀중품일 때 대통령 봉황 휘장과 이름이 새겨진 시계는 권력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흔들면 자동으로 동력이 생기는 ‘오토매틱 무브먼트’식인데 지금도 중고 사이트에서 40만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통령 중에는 ‘대도무문(大道無門) 시계’로 알려진 김영삼 전 대통령 시계가 가장 많이 제작·배포돼 이 시계를 차지 않으면 어깨에 힘도 주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진품이 귀하자 업자들이 아예 짝퉁 시계를 만들어 유통하다 경찰에 적발된 적도 있다.

시계 인심이 가장 박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모든 시계 출납조차도 대통령이 직접 결재를 하다 보니 여당 의원 등 극소수에게만 전해졌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야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에게도 시계를 주자고 건의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왜 주느냐”며 면박을 주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집권 초기에 대부분의 관료, 국회의원들이 충성심의 표시로 대통령 시계를 차고 다니지만 말기가 될수록 하나둘 손목에서 사라진다. 박 전 대통령 시계는 중고시장에서 30만∼40만 원을 육박했으나 올 1월 탄핵 이후에는 10만 원 이하로 떨어져도 찾는 이가 없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열성 지지자들 때문에 기념우표도 동이 나고 각종 아이템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부분의 대통령이 초기에는 이런 인기를 누리다 정책 실패가 거듭될수록 외면받게 된다. 지금은 돈 주고도 못 사는 문 대통령 시계는 끝까지 사랑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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