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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30일(水)
지나치게 생산성 낮은 韓서비스업… 경제성장 발목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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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고용은 많은데 생산성은 낮아 성장동력으로 탈바꿈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고양시의 한 쇼핑몰 매장. 연합뉴스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⑦ 경제학자 보멀의 눈으로 본 한국경제

#1. 한 나라의 경제는 소비, 투자, 수출과 같이 수요의 측면과 함께 경제의 다양한 생산활동 즉 공급의 측면에서 어떤 모습으로 움직이는지가 평가된다. 경제를 보는 시계(視界)에 따라 단기에서는 경기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요에, 장기에서는 성장 추세를 진단하는 핵심 요인인 공급에 초점을 맞춘다. 단기적으로 수요가 중요한 것은 경기 호·불황에 따른 소득,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내일이 쌓여 10년 세월이 흐르듯이 단기가 누적되면 장기가 되고 장기에서는 단기현상인 경기순환이 사라지기 때문에 수요보다는 나라 경제가 가용한 자본과 노동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지 즉 생산성이 핵심이다. 궁극적으로 생산성이 경제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은 지속 불가능하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 단적인 예다. 글로벌경제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 것도 생산성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그래프1’은 1980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연간 1인당 명목생산액을 다시 기준연도 2015년의 소비자물가지수로 조정한 연간 실질생산액을 보여준다. 1인당 실질생산액은 생산성 지표로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노동생산성을 측정하는 데 사용된다.

이 그래프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부터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서비스업을 추월하기 시작했고 사반세기 만에 두 업종 간에 엄청난 격차가 벌어졌다. 물론 모든 제조업이 서비스업을 압도하는 것은 아니다. 유엔의 국제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은 28개, 서비스업은 24개 산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서비스업에 속한 통신업은 제조업에 포함된 대부분의 산업보다 생산성이 높다.

요컨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이 다르고 두 업종에 속한 52개 산업의 생산성도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외 농림어업, 광업, 제조업, 전기·가스·수도 등 다른 업종에 속한 산업의 생산성도 다르다. 이와 같이 업종과 산업에 따른 생산성의 차이를 주목하고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함의를 최초로 제시한 이는 윌리엄 보멀(사진)이다.

#2. 보멀은 오랫동안 프린스턴대 총장을 지냈고 지금은 고인이 된 윌리엄 보엔과 공저한 ‘공연예술에 관하여:경제문제의 해부’에서 사소한 듯하며 당시 누구도 제기하지 않았던 화두(話頭)를 던진다. ‘오케스트라, 발레와 같은 공연예술을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의 재정상태가 취약한 것은 어떤 경제적 이유에서인가.’

이들은 공연예술의 정체된 생산성에서 답을 찾았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4인의 연주자들에 의해 연주되며 악기나 연주기법에 혁신적인 변화도 없다. 한편 경제의 또 다른 곳에는 생산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성장 부문이 존재한다. 여기서 정체 부문의 실질임금은 생산성의 차이로 인해 성장부문보다 낮지만, 노동이 자유로이 이동하는 충분히 긴 시간대에서는 두 부문의 명목임금은 같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도 공연예술을 업으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정체부문의 생산성이 매년 0.5% 증가하고 성장부문이 매년 10% 증가한다면 정체부문의 생산물 가격은 성장부문과 생산성 차이만큼 매년 9.5% 증가한다. 뒤집어 말하자면 성장부문의 가격은 정체부문과 생산성 차이만큼 하락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케스트라 단원이나 발레리나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공연예술을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은 구조적으로 재정적인 문제에 빠지게 된다. 불황으로 후원단체를 찾기 어려울 때 이들 기관은 재정적인 부담을 종종 단원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예술인으로서 재능과 성취감이 박봉을 견딜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적 부담은 잠시 완화될 수 있을 뿐 성장부문이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더욱이 미스티 코플랜드와 같이 세계를 상대로 광고모델이 될 정도의 저명한 공연자가 있다면 나머지 단원은 더욱 쪼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부문의 존재로 인해 정체부문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을 보멀의 비용질병(費用疾病·Baumol’s cost disease)이라고 한다. 한때 자동차는 부자들만이 소유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각종 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드물다. 대신 중산층은 자녀 교육비, 집값, 각종 공과금에 시달리고 있다.



#3. 제조업을 성장부문, 서비스업을 정체부문으로 단순화한다면 비용질병은 서비스업의 가격이 제조업의 생산성 증가에 의존하게 되는 인과관계를 가져온다. 이를 다시 52개 산업 전체를 놓고 볼 때 비용질병은 한 산업의 생산성 증가율과 그 산업의 가격상승률이 부(負)의 인과관계를 가지게 한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산업의 생산성이 10% 상승할 때 가격은 10% 하락하는 뚜렷한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비록 통계적 유의성은 있지만, 생산성 10% 상승 시 가격은 1% 정도밖에 하락하지 않는다. 즉 비용질병이 존재하나 미국과 EU에 비교하면 그 정도가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인 것이다. 비용질병이 미약한 이유는 두 업종의 고용비중을 보여 주는 ‘그래프2’에서 유추할 수 있다. 1990년대 들어와 제조업에서 고용이 줄어드는 탈공업화가 일어났다. 한편 제조업뿐 아니라 농림어업 등 다른 부문의 고용비중도 마찬가지로 줄어들었고 그 결과 서비스업의 고용비중은 지난 37년 동안 매년 평균 1%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이와 같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단기간에 걸쳐 일어난 서비스업으로의 고용이동은 앞서 보멀이 예로 든 공연예술과 마찬가지로 서비스부문의 가격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 부분 서비스업에 종사할 것으로 추정되는 700만 명 가까운 비임금근로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에 많고 하루에 3000명이 창업하고 2000명이 폐업하는 자영업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4. 보멀은 산업 간 불균형 성장이 단지 비용질병뿐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점진적 정체(asymptotic stagnancy)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만약 경제에 정체부문과 성장부문이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성장부문의 생산성이 연 4% 증가한다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연 2% 증가하는 데 그친다. 만약 정체부문의 비중이 성장부문의 3배라면 연 1%로 떨어진다. 따라서 경제에서 차지하는 정체부문의 비중이 클수록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실질임금 상승률은 정체부문의 생산성과 실질임금상승률에 수렴하게 된다.

‘그래프3’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연도별 명목 생산 비중을 보여준다. 제조업의 생산 비중은 탈공업화와 유사한 시점에서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를 계기로 늘어났다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반복했다. 이 패턴은 위기 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에서 비롯한다. 한편 서비스업의 생산 비중은 계속 늘어나다가 글로벌금융위기를 정점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점진적 정체의 가능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래프1’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서비스업의 생산 비중이 고용비중에 비해 지나치게 작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 1인당 제조업 생산성이 서비스업을 추월한 후 두 부문 간 격차는 날로 확대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후 2배 이상 벌어졌다.

지나치게 낮은 서비스 생산성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 52개 산업을 놓고 다시 해석하자면 일부 생산성이 높은 산업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저생산성 산업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전체 생산성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나라별로 취업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상대적 크기를 보이는 ‘그래프4’는 저생산성의 문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 간 불균형 성장의 함의에 대한 보멀의 선구적인 연구는 수많은 후속연구를 낳았다. 최근 경제성장 과정에서 제조업의 생산 비중이 하락하는 시점에 서비스업의 생산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는 구조적 전환의 정형화된 패턴이 확인됐다. 이는 경제가 성숙함에 따라 성장동력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비스업이 더 이상 정체부문이 아니며 어제의 정체산업이 얼마든지 내일은 성장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경제에 유사한 패턴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조업의 생산 비중이 정체되고는 있으나 뚜렷이 하락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서비스업도 급속히 증가하는 대신 정체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선진국이 경험했던 산업구조조정을 한국경제는 겪지 못한 것이다.



#5. 보멀은 혁신(innovation)을 강조했다. 그는 비용질병과 점진적 정체와 같은 성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와 정반대로 자본주의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혁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혁신은 수요와 공급의 이론이 적용되는 영역이 아니다. 창조적 파괴를 조어한 조지프 슘페터의 말을 빌리자면 혁신경쟁이 가격경쟁과 다른 것은 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부수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혁신과 모방(imitation)은 때론 구분하기 힘들지만, 혁신이 경제성장의 동인(動因)이며 교육시스템과 경제의 유연성이 혁신과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아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복제(replicative) 기업가와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혁신 기업가를 엄격히 구분하고 혁신 기업가가 나타나기 위한 네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비즈니스를 하기 쉽고, 재산권과 계약권이 보호되고,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활동이 촉진되고, 성공하는 기업가와 우량 대기업이 혁신하고 성장할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보멀은 자신의 나라를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했다. 언젠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일생을 헌신했던 비용질병과 혁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혁신부문 없이는 중산층이 복지비용을 부담하느라 끊임없는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복 받은 나라다.’ (문화일보 8월 9일자 28면 6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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