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스님의 치유하는 마음여행>과거의 상처받은 기억 자주 말하는 者, 폭력성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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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데이트 폭력 Ⅱ

지난 회에서 우리는 데이트폭력 예방과 관련된 주의사항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고 만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어머니와의 관계는 평생의 인간관계를 좌우한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알아보라=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의하면, 남성의 경우 최초의 여성 경험, 즉 유아기 시절 어머니와의 경험은 평생 동안 사라지지 않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기 애인이나 아내와의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굳이 정신분석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실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이나 대학생에 의한 성폭행 가해자들의 어머니들이 보여주는 도덕성 결핍과 무책임은 말할 것도 없고, 오히려 피해자를 향한 그 어머니들의 폭력성과 적개심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딸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지만, 어머니는 특히 아들들의 정신적, 영적 집이고 고향입니다. 더욱이 요즘처럼 아버지와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결핍된, 그래서 정신적인 결손가정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들은 어떤 심성, 가치관, 태도를 가진 어머니에게서 자랐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생의 최초 기억은 세상과 인간을 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 생의 초기 기억을 알아보라=정신과 의사 레온 사울은 내담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의 최초 기억을 통해서 그들의 인생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인물을 찾아내고 그 인물과의 관계를 파악합니다. 왜냐하면 아주 어린 시절에 가졌던 핵심인물과의 관계 패턴이 바로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에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이 서로 감정적으로 얽히기 전에 처음 한두 번의 만남에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을 물어보고, 그 내용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따뜻한지, 또는 사랑받은 경험인지, 거부나 좌절의 경험인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울은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생의 최초 기억내용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치고, 초기 기억에 등장하는 핵심인물과 맺었던 관계 패턴은 이후의 인간관계에서 그대로 반복된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최초의 기억은 다른 기억들과는 달리 대략 6∼7세 이전의 생의 결정적 시기에 각인되는 일종의 정신적 유전자로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러한지 여러분 자신의 생의 최초 기억을 떠올려 보고, 그 기억이 지금까지 여러분의 인생과 인간관계, 세상을 보는 시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통찰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셋째, 대화 내용의 시점은 그 사람의 주된 정신역동을 나타낸다. 대화 내용의 시점에 주의를 기울여라=만일 데이트 상대가 과거의 일이나 인간관계, 또는 서로 공동의 관심사나 인물이 아닌 대상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이 자주 언급한다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과거의 상처받은 기억을 자주 말하거나, 말을 할 때 마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인 것처럼 슬픔이나 분노 등의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면 데이트 폭력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의심해 볼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관계는 만남의 중심이 ‘지금-여기’에 있어야 합니다. 과거와 미래는 지금-여기에서의 삶과 만남을 보다 충만되고 온전하게 사랑하기 위해서 필요한 교훈을 얻는 자원과 준비로 활용될 때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과거의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의 몫은 일정 수준까지 스스로 감당할 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만일 어느 한쪽이 과거 어린 시절의 정서적 결핍과 갈망으로 인해서 상대가 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요구하게 되면 그 관계는 결국 욕구불만과 적개심을 낳고 피폐해 병들 수밖에 없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파트너의 폭력과 욕구불만이 어려서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이니까 더 많이 사랑해주고 용서해주면 좋아질 것이라는 모성애적 환상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파트너의 의존적 사랑의 결핍은 단순한 인내의 범위를 넘어서 다른 여자들과의 불륜관계조차 묵인하고 수용해주기를 바라고, 설사 용인해준다고 해도 그의 욕구불만과 폭력성은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 그러한 사랑의 결핍은 사랑을 받기보다 오히려 사랑을 줄 때 치유의 문이 열립니다. 오직 본인 스스로가 치유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일으키고, 특별한 명상훈련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아에 대해 통찰하면서 자신과 타자를 진실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야만 합니다.

넷째, 결핍된 사랑의 욕구는 사랑을 베풂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 우리는 흔히 어린 시절에 좌절된 사랑의 욕구는 그만큼 더 큰 사랑을 받아야만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도리어 사랑을 베풀라고 주문합니다. 왜일까요? 그들이 정말로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이유는 사랑을 못 받았다는 생각에 집착해서 사랑을 요구만 할 뿐, 정작 상대로부터 사랑 받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부터 사랑을 받고자 하는 갈망이 너무나 커서 사랑을 받으려는 노력과 욕구에만 매달려 왔지 진실로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 경험이 부족합니다. 사랑을 잘 받기 위해서는 사랑을 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결핍은 오직 사랑을 줌으로써 치유될 수 있습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