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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30일(水)
‘달빛정책’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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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정치부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등장 이후 급격히 고조돼온 핵·미사일 위기는 지난 7월 이뤄진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으로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북한은 이를 확인하듯 지난 9일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사격 작전을 공개했고 29일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제 게임이 변경됐으니 룰도 바꾸자는 경고를 한 것이다.

게임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머지않아 ‘핵무기 보유국 북한’은 기정사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대북 제재의 수위를 아무리 높여도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개발 포기의 대가로 주어질 당근은 김정은에게는 매력적인 보상이 아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 일정 기간 가혹한 제재가 따르겠지만 결국은 군사·외교적 위상이 제고되면서 체제 안정에 더해 더 큰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정은에게 핵과 미사일은 체제 안정을 위한 자위용 무기나 대외 협상용 카드가 아니라 김정은 체제의 전부다. 핵 개발로 시작된 북한의 도발은 ICBM 기술 진전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북한의 의도대로 미국을 게임의 제1 당사자로 끌어들였다. 이제 북 핵·미사일 위기는 한반도를 벗어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 4대 강국이 모두 얽힌 가장 위험스러운 국제 이슈가 됐다. 미국과 일본이 직접 북한 도발에 노출될 경우 코리아패싱은 더 이상 불평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떤 경우든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후 공군을 동원해 북한 지휘부를 격멸하는 폭격 훈련을 했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북 핵·미사일 위기의 근본적 변화와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한 행태를 되풀이해온 것도 사실이다. 당장 문 대통령은 이날 북 미사일 발사 이후 진행된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 임명식에서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해 기존 대북 노선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불과 하루 전까지 청와대는 지난 2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 ‘개량형 방사포’라고 추정한 뒤 ‘전략적 도발과는 관계없는 것이 분명하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은 1980년대 운동권에 팽배했던 ‘낭만적 자주주의’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의 테두리를 여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한에 비해 정통성 있는 정부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낭만적 자주주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도 결국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난 5년여 동안 김정은은 이런 접근이 얼마나 낭만적 상황 인식인지를 확인해주었다. 햇볕정책 추진 당시 북한 상황이 현재 상황과 얼마나 다른지는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1년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햇볕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문 대통령의 ‘달빛정책’이 우려되는 이유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우선, 북한의 본질과 북 핵·미사일 위기의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제재만으로 북핵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을 수 있지만, 현재의 북 핵·미사일 위기에서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다. 특히, 대화와 제재가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혼용되면 대북 정책에 대한 동맹의 신뢰는 물론 국민의 지지까지 상실할 수 있다.

무작정 운전대를 잡겠다고 고집을 부려서도 안 된다. 주체성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역할을 찾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 자신도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북핵 문제를) 해결할 힘이 없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덧붙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선 안 된다. 미국은 북핵의 잠재적 피해자이자 오랜 동맹을 맺어왔고 한반도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지지해온 반면, 중국은 북핵과 미사일에 대해 한쪽 눈을 감은 채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보복을 일삼고 한반도에서 혈맹 관계에 있는 북한의 주도권을 지지하고 있다. 결국 북 핵·미사일 위기를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한·미 동맹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e-mail 박민 기자 / 정치부 / 부국장직대겸 정치부장 박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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