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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31일(木)
장우성 화백 ‘聖母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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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그림에는 혼(魂)이 배어 있어야 한다. 불타는 혼이 있어야 감동과 희열을 주는 작품을 창출할 수 있다. 격조와 품격은 많은 노력과 사색의 결과인 것이다.” 월전(月田) 장우성(1912∼2005) 화백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그는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거성(巨星)’ ‘한국화의 제1과제였던 전통의 현대적 변용을 화폭에 구현한 선구자’ ‘고고한 정신과 예술 감각과 그림 재능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킨 인물’ 등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의 제자로 지난해 타계한 이열모 화백은 월전을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다. “월전의 회화 철학은 회사후소(繪事後素)였다. 선비정신을 일깨운 말로, 그리기에 앞서 마음의 바탕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들려준 또 하나 가르침은 도가(道家)의 ‘무위(無爲)사상’이었다. 그것은 인위적 문화를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자재의 마음으로 우주를 넘나드는 신선과 같은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세계라고 했다.”

이당(以堂) 김은호에게 그림을 배운 월전은 당시 한국 최고 권위의 조선미술전람회에서 1932년부터 1944년까지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1961년엔 서울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1967년 귀국한 뒤로는 작품이 더 간결·담백해졌을 뿐 아니라, 주변과 긴밀한 조화를 이루는 여백의 여운을 최대한 추구했다고 한다. ‘쇠처럼 단단하고, 돌처럼 꿋꿋하고, 눈처럼 깨끗한 매화’를 좋아했던 그가 남긴 걸작은 매화 그림 말고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회오리와 같은 필법으로 그은 선에 이어 추상 언어를 형상화한 ‘태풍 경보’도, 또 다른 작품 ‘날 저무는 지평선’ ‘절규’ ‘푸른 들녘’ ‘소나기’ ‘백자의 봄꽃’ ‘일식(日蝕)’ ‘비상(飛翔)’ 등도 그 일부다. 세상의 이전투구를 비판한 ‘개싸움’도, 정치 상황과 사회의 불안감을 담은 ‘아슬아슬’도 마찬가지다.

월전이 한복 차림의 한국인 얼굴인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그린 ‘성모자(聖母子)’가 로마 교황청의 바티칸박물관에서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열리는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특별전에 한국 천주교 유물 200여 점과 함께 전시된다. 종교 행사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 수백만 명이 월전의 예술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해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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