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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1일(金)
‘콘크리트 지지층’ 결집시킨 트럼프 장벽, 空約으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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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근로자들이 올 초 뉴멕시코주 선랜드파크 국경장벽을 철판으로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미국판 만리장성’현실성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을 건설할 수 있을까?’

현대판 만리장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의 현실성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 사회학적으로 보면 장벽을 쌓는다는 것은 한 세계와 한 국가에 대한 차단막을 짓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외교, 군사적으로는 자신들만의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방어막을 형성하기 위한 측면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계획도 백인 우월주의 문화를 지키기 위한 신고립주의의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또 국내정치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저소득층과 일부 중산층을 강고하게 묶어주는 ‘벽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장벽은 길이만 약 3145㎞로 명나라 시대 기준 2700㎞로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로 불리던 만리장성을 뛰어넘는다. 지금 미국사회에서는 멕시코 장벽의 현실성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실천 의지도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이미 트럼프 장벽에 대한 건설계획만으로도 정치적 기능을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145㎞의 ‘트럼프 장벽’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명 ‘트럼프 장벽’은 트럼프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었다. 멕시코와 미국 사이 허술한 국경 경비를 뚫고 들어오는 중남미 불법입국자들과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선에 3145㎞ 길이의 국경 장벽을 세우는 것이다. 서울과 부산을 무려 4번 왕복하는 거리다. 현재도 미국과 멕시코 접경 지역인 엘파소, 러레이도, 샌디에이고 등의 도시에는 나무 울타리나 철조망 형태의 장벽이 듬성듬성 설치돼 있다. 그러나 사람이 쉽게 넘을 수 있는 수준이라 불법 입국을 막는 데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다. 트럼프 정부가 ‘견고한 콘크리트로 높이 9m 이상’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공약에 환호한 사람들은 바로 백인 저소득층이었다. 이들은 한 해 약 17만 명이 멕시코 국경을 넘어 밀입국해오며, 값싼 인건비로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벽 설치로 불법 입국자들을 막으면 자신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장벽 건설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발생하는 부가효과도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또 멕시코 갱단들이 제조한 강력한 마약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지속적으로 미국 내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도 백인들은 분개하고 있다.

◇최소 120억 달러, 재원 조달은?

트럼프 장벽을 세우는 데 드는 비용 추산은 제각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120억 달러(약 13조5600억 원), 공화당은 최소 120억∼15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한다. 민주당은 67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집계했다.

공사 기간도 4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트럼프 정부는 트럼프 장벽 건설 시작을 위해 내년 첫해 예산으로 41억 달러를 요청했지만 상원에서 막혔다. 현재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을 압박하며 계속해서 예산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예산을 의회가 통과시켜줄지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재원 조달 방법으로 트럼프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멕시코의 비용 지불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가능하긴 하다.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법은 멕시코 제품에 고관세를 물리는 방법이다. 백악관 측은 기자회견에서 “멕시코 제품에 20%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은 1년에 100억 달러를 거둘 수 있다”며 “그것만으로도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멕시코로서는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 장벽 건설 비용을 대기 위해 그런 불이익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방송 연설을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거부하며 지난 1월 27일 예정됐던 미국-멕시코 정상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더욱이 관세 부과는 결국 미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어서 사실상 미국이 장벽 건설 비용을 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인 백인 저소득층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방식이다.

또 국경지역 토지 수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주들의 소송이 지난 2008년부터 진행 중인 데다 최근 새로운 소송이 추가되면서 이런 법적 분쟁이 해결되려면 최소 수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국면전환 카드

이렇듯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 장벽 건설 공약이 좌초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 때마다 이 국경 장벽 건설 카드를 들고 나오고 있다.

실제 8월 초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양비론적 대응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그는 지난달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대중연설에서 “장벽 건설을 위해서라면 연방정부를 셧다운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지지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이제 트럼프 장벽은 더 이상 정책적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백인 저소득층에게 “그래도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해 줄 사람은 트럼프뿐”이라는 묵시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카드로 쓰이는 상황이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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