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사랑을 실천하는 자선골프대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골프 樂 골프는 스스로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놀라운 사실을 그동안 간과하고 살았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남녀 프로,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다 합쳐도 국가별로 1년에 500개가 넘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자선’이란 이름으로 열리는 프로, 아마추어 대회를 합쳐보면 2000개가 넘는다.

유독 골프가 자선행사에 적극적인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골프를 할 정도면 형편이 좀 나은 이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스페인 출신으로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를 제패한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최근 미국 텍사스주 일대에 몰아닥친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위해 버디와 이글을 할 때마다 기금을 모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들은 동료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와 한 의류 회사가 자선골프대회 기금을 캄보디아의 ‘맘센터’ 건립에 전달하기로 했다. 탤런트 김민자 씨는 13회째 사랑의 달팽이 자선골프대회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골프업계의 한 대표는 꼭 이루고 싶은 소망으로 화상(火傷) 장애인들을 위한 재단 설립을 꼽는다.

전국 500개 골프장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선골프행사가 열리고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 골프장에서 매년 5월 개최해온 그린콘서트의 사회를 맡는 등 참여해왔고, ‘쌀 한 포대의 기적’ 등의 행사를 펼쳐 기금을 20년 넘게 전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타이거 우즈(미국)의 섹스 스캔들이 터졌을 때 PGA투어는 기부 문화에 악영향이 미치는 걸 가장 걱정했다. PGA투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동안 10억 달러(약 1조1257억 원)가 넘는 자선금을 기부해 왔다는 점이다.

생각해본다. 골프보다도 규모가 크고, 더 많은 돈을 버는 운동 종목과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그 종목 단체와 선수, 그리고 팬들은 골프만큼 기부를 하지 않는다. 골프 종목이 거의 유일하다. 많은 골프 선수와 골프 단체, 그리고 골퍼들은 기회가 되면 자선 행사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반면에 늘 서민을 생각한다고 외치는 위정자들의 기부는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아름다운 자선가로 잘 알려진 척 피니는 40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아무도 모르게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마더 테레사 수녀는 “강렬한 사랑은 판단하지 않고 다만 주기만 할 뿐이다”고 말했다. 골프가 그렇게 하고 있다. 골프의 자선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지고, 또 기억될 것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