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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1일(金)
기업 위축되면 ‘소득 주도 경제’ 無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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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교수 경영학

법원이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주었다. 6년 전 기아차 전·현직 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정기상여금과 점심 식사비용은 통상임금이라고 했다. 기아차가 그대로 승복한다면 당장 4000억 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앞으로 인상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임금 협상이 이뤄지면 자동차 업계의 평균 임금은 인상될 것이다. 노동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면 자동차 업계는 물론 다른 주요 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감퇴할 것이 뻔하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의 기준임금으로 근로기준법 시행령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그동안 일정한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며, 그 지급 여부가 성과와 관계없이 사전에 확정돼 있어야 한다. 근로계약에 의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은 통상적인 근로가 아닌 축소근로나 연장근로의 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통상임금으로 분류되면 그만큼 시간당 추가근무수당을 더 줘야 한다.

2013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정기적·일률성·고정성에 더해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했다. 노사가 통상임금으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소급해서 지급하게 하면 경영상 예기치 못한 재해를 맞게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신의칙의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신의칙’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이 예상 밖의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니며, 기아차의 재정 및 경영 상태, 매출 실적 등이 나쁘지 않고 영업이익 감소의 명확한 증거가 없어 기업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존립이 위태롭게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번 판결로 소송 중인 115개 기업의 판결에 미칠 영향과 산업계 전반에 걸친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다. 기아차의 추가 지출이 당장 회사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물주머니와 같아서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으로 이동한다. 지금은 괜찮아도 자꾸 기업하기 어려워지면 사람을 덜 쓰고 해외로 나가려 할 것이다. 수많은 협력업체에 불똥이 튀어 타격을 주고, 기업 간 임금 격차도 커질 것이다. 그동안 통상임금의 범위를 애매한 상태로 놔두고 노동개혁에 소홀했던 정부와 정치권, 엇갈린 판결을 내놓은 재판부 모두 자책해야 할 부분이다.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기아차를 비롯해 근로자들의 소득은 늘어날 것이다. 현 정부가 주도하는 소득 주도 경제정책에 힘을 실어 주는 판결이다. 산업의 기계화·자동화와 인공지능화가 지속되면 공급의 한계비용은 거의 없어져 공급 부족 문제는 해결된다. 반면에 수요 부족 문제는 심각해져 소득에 신경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소득 주도 경제가 이끄는 미지의 세계에 전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것 같다. 다른 나라들은 아마도 우리 정부가 나서서 실험을 대신 해주니 잘 됐다고 환호할지 모른다.

소득 주도 경제가 성공하려면 소득이 소비로 이어져 기업도 이익이 돼야 한다. 그런데 경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어려움에 처하면 성장을 중단하고 생존에 집착한다. 소득을 늘리기 위해 기업을 옥죄면 몸 사리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소득을 늘릴 재원이 사라져 소득 자체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리고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경영 판단에 법원이 깊이 간여하면 기업이 숨 쉴 수 없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만 정해 놓고 통상임금 여부는 개별 회사의 판단에 맡겨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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