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9.26 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후여담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4일(月)
미래 기억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김회평 논설위원

‘기억’이란 단어에 시제를 매긴다면 아마도 과거다. 기억은 흘러간 경험의 보관창고라는 게 상식이다. 한데 시간을 거스르는 기억도 있다. ‘미래 기억’이다.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 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동명의 영화 개봉을 앞둔 김영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에 나오는 주인공 독백이다. 치매에 걸린 노년의 연쇄살인범이 기억과 시간, 망상과 싸우는 묘사가 치밀하다. 치매 환자가 가장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미래 기억이란다. ‘식사하고 30분 후 약 복용’처럼 앞으로 해야 할 것을 기억하는 일이다.

기억 자체가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이란 주장도 있다. 뇌과학자 한나 모니어와 철학자 마르틴 게스만은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는 공저에서 “기억은 과거를 보존하는 능력이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이라며 통념의 반전을 꾀한다. 기억은 그저 지난 데이터의 저장소가 아니라 경험의 재처리를 통해 미래를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보면 기억은 다재다능하고 영리한 조수가 될 수 있다.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창업자는 ‘미래 기억’을 주제로 논문도 쓴 인지신경과학자다. 알파고는 사람의 과거 기억인 기존 기보를 학습하며 미래 기억으로 나아갔고,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

미래 기억은 일종의 처세 방법론으로도 힘을 발휘한다. 99%의 사람은 현재를 보면서 미래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반면, 1%의 사람만이 미래를 내다보면서 현재 어떻게 행동할지를 찾는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12세에 벌써 친구들 앞에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소감을 흉내 냈고, 빌 게이츠는 10대 시절부터 세계의 모든 가정에 컴퓨터가 한 대씩 설치되는 것을 상상했다는 사례도 곧잘 인용된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 모습을 계속 머릿속에 그리면 무의식적인 능력이 발휘된다는 얘기다.

이런 발상법은 집단기억에도 유효하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인사에는 미래 비전보다 과거 기억이 두드러진다. 통상임금 논란은 미래를 도모하기에 바쁜 기업의 역량을 과거사에 묶어두고 있다. 개인은 물론, 기업도 나라도 진취적인 미래 기억을 세울 때 활력 넘치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 많이 본 기사 ]
▶ ‘중학생 제자와 性관계’ 40대 여교사, 고교생과도…
▶ 18년간 30명 이상 살해해 먹은 ‘식인 부부’ 체포
▶ ‘어떻게 내 아내와’···술자리서 성관계한 지인 폭행 살해
▶ 서울市공무원들 ‘부글’… “내부부터 추슬러야”
▶ 美 “북핵 완전해결할 4~5가지 시나리오 검토중”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고려대 남성욱 교수, GQ 인터뷰서 “세계가 北무기 두려워하게 만들려 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한 것은..
mark‘중학생 제자와 性관계’ 40대 여교사, 고교생과도…
mark서울市공무원들 ‘부글’… “내부부터 추슬러야”
美 “북핵 완전해결할 4~5가지 시나리오 검토중..
‘금값 된 송이’ ㎏당 120만원…봉화 송이축제 ..
“故김광석 팬들 열광할수록 그의 아내가 돈 번..
line
special news 아이유 “새 앨범에서 ‘故 김광석 노래’ 뺍니다..
아이유, 10월로 출시 연기 “듣는 분들 불편할 것 같아…”“듣는 이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

line
“대통령도 노사정委 참여해라” 노동계 배짱요..
박원순 시장 “직원 극단적 선택은 제 책임” 공..
與 “사자방 수사” 野 “노무현 특검”… ‘과거와의..
photo_news
18년간 30명 이상 살해해 먹은 ‘식인 부부’ 체포
photo_news
“어차피 욕먹을거 데뷔”…탑과 대마초 피운 연습생 거침없..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17) 59장 기업가 - 10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결혼식 하객 예절 3
mark결혼식 하객 예절 2
topnew_title
number 초등생 딸 수년간 성폭행 ‘인면수심’ 아버지..
브라질 여행가면 ‘벼락 조심’… 年 8000만번..
‘해운대구’ 상승률 최고…‘서울~세종 고속도..
“강남권 재건축에 우리 브랜드 꽂자”… 10大..
‘어떻게 내 아내와’···술자리서 성관계한 지인..
hot_photo
강용석, 故김광석 부인 서해순씨..
hot_photo
UFC ‘마에스트로’ 김동현, 고미에..
hot_photo
상가 돌진한 음주운전 에쿠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