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정부, 대화論 환상 접고 北 레짐체인지 앞장서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對北) 대화·제재 병행 정책은 3일의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사상누각임이 더 분명해졌다. 말이 병행론이지, 실상은 대북 제재보다는 대화·지원·설득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단념토록 할 수 있다는 것이 대전제인데,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이 거듭 확인됐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는 이미 1990년대 이후 북핵 협상의 실패사를 토대로 이런 결론을 내렸으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미련을 가진 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 등을 통해 계속 대화에 비중을 두었었다.

문 정부는 더 이상 5100만 명의 대한민국 국민이 북핵 위협 앞에 벌거숭이처럼 나앉게 해선 안 된다. 문 정부가 대북 대화론과, 군사적 해법 반대론을 펴면 펼수록 북한 정권은 미국의 공세적 대응 방안을 배제할 수 있어 더욱 편하게 도발 강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정부의 대북 유화책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돕는 셈이 되는 것이다. 올 들어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 주기가 빨라진 것이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며 미국에 배수진을 치다시피 한 정부 입장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이 한국 정부를 ‘미국의 군사공격을 막아주는 방패’로 악용하는 것이다. 이번 핵실험 직후에도 문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라고 공개적으로 규탄했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북정책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며 결이 다른 얘기를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 4월 7일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 강행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될 것이고 김정은의 체제 유지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북한은 그 선을 넘었다. 이 발언이 아니더라도 북한 핵무기 실전 배치까지 길어야 1~2년이다. 문 대통령은 대화론이 무용지물임을 솔직히 시인하고 대북 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그 방향은 ‘레짐체인지’다. 체제 교체든, 정권 교체든 가능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 최대의 비대칭 전력은 자유·인권·번영이다. 국제 사회와 공조해 정보·심리전을 강화하고,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에 명시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참수작전’도 배제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