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연휴 “유럽行 질러” 욜로족 환호… “독서실 피난” 취준생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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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열흘 황금 연휴 확정

“필드 못나간 恨풀것” 골프족
“동해안 따라 일주” 국내족
“원없이 음악 감상” 취미족
“아이들에게 미안” 출근족도

정부가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5일, 추석 연휴가 공식적으로 10일간(9월 30일∼10월 9일)으로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연휴 계획을 짜느라 분주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박모(56) 씨에게 이번 추석은 취미생활을 즐길 ‘절호의 기회’다. 3년 전 뒤늦게 골프에 빠졌지만 일이 바빠 고작 2주에 한 번 치는 스크린골프가 다였다. 초원에서의 라운드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연휴가 그에게 기회를 줬다. 박 씨는 “가족과 함께 골프장 리조트에 가서 그동안 쌓인 한을 풀 예정”이라며 “얼마 남지 않은 회사생활에 주어진 마지막 선물 같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모(53) 씨는 “평소 일에 쫓겨 하지 못했던 음악감상을 열흘 내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다”며 “특히 장시간을 할애해야만 가능한 대곡 감상 레퍼토리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긴 연휴에 서둘러 항공편을 알아보는 이들도 많다. 중국행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있는 김모(45·경기 의정부) 씨는 “매년 추석과 설에는 꼬박꼬박 부모님이 계신 전남 목포에 내려갔는데 이번만큼은 밖으로 나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웃돈을 얹어주고서라도 꼭 표를 구할 생각이다. 올해 대기업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 김모(27) 씨도 마찬가지다. “부모님과 명절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취업 준비로 고생했던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다”며 “외국에서 여유를 즐기다 오면 업무 집중도도 올라갈 것 같다”고 밝혔다. 천정부지로 뛰는 표 값에 국내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디자인 회사 직원 김모(여·25) 씨는 미국 뉴욕행 표를 급하게 알아보다 2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그는 “직항도 아닌 경유항공편에 월급을 바칠 수는 없어 아쉬운 대로 동해안 일주 코스를 짜서 바다라도 실컷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마저도 즐기지 못한 채 ‘방콕’ 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신모(40) 씨는 “그날그날 작업해야 하는 양이 있어 직원들이 3일씩 돌아가며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며 “아이들이 추석 때 왜 우리는 어디 놀러가지 않느냐고 아우성인데 해주지 못하니 미안하기만 할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도 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손모(29) 씨는 “연휴가 10일이나 되는데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할 생각을 하니 싱숭생숭하다”며 “가족도 괜히 내 눈치를 보느라 어디 가지도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