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평화론’에 特使 운운…이게 與 안보관인가

최근 집권세력 핵심부에서 나오는 언급들을 보면, 이들이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심케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북한 김정은이 6차 핵실험으로 핵무기를 사실상 보유하는 단계로 진입했는데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낭만적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만 봐도 그렇다. 추 대표는 “북·미간, 남·북 간 대화가 열리는 장래를 준비해야 하며 북한과 미국 동시에 특사(特使)를 파견하자”고 했다. 북한 규탄은 한 번뿐이고, ‘대화’를 12번 반복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가장 강력한 응징 방안”을 공언한 다음날 여당(與黨) 대표가 대화 타령만 되풀이하니, 무엇이 진짜 안보관인지 헷갈린다.

추 대표의 ‘신세대 평화론’은 한심한 대북 인식의 결정판이다. 김정은을 ‘30대 신세대’로 규정하면서 “이제라도 신세대적 사고와 각성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의 ‘젊은 나이’는 안보 위험을 더 높이는 심각한 요인이다. 부모·조부모 연배의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나, 고모부 등 측근까지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모습만 봐도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을 압살하면서도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 미친 독재자일 뿐이다. 이런 추 대표 연설에 잘했다고 환호하고, 송영무 국방장관의 ‘전술핵 재반입 검토’ 주장에는 호통치는 여당 의원들 역시 오십보백보다.

청와대라고 다르지 않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국 정부의 대북 대화론’ 비판에 청와대 측은 “이 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6·25 참화의 교훈은 한마디로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願平備戰)’는 당위다. 전쟁 불사의 비장한 각오 없이는 평화도 지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