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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 U.S. View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6일(水)
한·미 불신의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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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이 심각했던 2001년 3월 7일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 자료사진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David Straub

미국 외교관으로서 내가 북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다. 그전에도 북한 문제를 눈여겨보기는 했다. 북한 문제를 집중 분석하는 일은 10여 년 전 국무부를 떠난 이후에도 계속하고 있다. 시대착오적이고 빈곤한 나라가 한국과 미국에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 지도자들은 수미일관 교묘하게 행동하는 반면,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해 때로 분열되고 혼란스럽게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나라지만, 그런 국력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사용하지 못했다. 한·미 사이에는 북한 문제 접근법을 둘러싸고 많은 의견이 있으며, 양국 정부 또한 주기적으로 아주 다른 접근법을 구사해왔다. 그 결과, 한국과 미국이 대북 갈등을 벌이며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쪽으로 치달은 것이다.

한·미 갈등의 경험을 소개해 보겠다. 2002년 8월 내가 국무부 한국과장이 되기 직전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관련 대규모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2개월 후 제임스 켈리 동아태차관보 등과 함께 평양을 방문, 북측 인사들에게 HEU 프로그램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강석주 당시 외무성 제1 부상은 부인하지 않았음은 물론 “핵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되어 있다”고 했다. 나아가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미·북 평화협정을 맺으면, 미국의 우려 사항에 대해 입장을 밝힐 의향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의 주문은 곧 한·미 동맹의 파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제네바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하고도 적반하장으로 더 큰 요구를 한 것이다.

다음 날, 서울로 이동해 김대중(DJ) 정부의 고위인사들에게 이 얘기를 전했더니,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DJ 정부 인사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강석주의 발언을 잘못 이해했거나,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강석주의 발언을 잘못 이해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한국 측에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다. 이는, 그로부터 8년 후 북한이 미국의 전문가들에게 영변에 완공된 최신식 HEU 시설을 공개함으로써 입증됐다.

지금까지도 대북 포용정책 지지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무력화하고 DJ 햇볕정책을 종식시켰다고 비난한다. 나는 부시 행정부가 HEU 프로그램을 포착해놓고도 그 문제를 해결할 대북 플랜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 DJ정부와 대북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그러나 핵심은, 미국의 어느 행정부도 북한이 HEU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네바 합의를 지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 때문에 김정일이 햇볕정책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없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김정일이 남북 교류가 북한 사회에 가져올 후폭풍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과감하게 DJ와 협력을 확대했을 것이다. 또 남북 협력 확대를 통해 한·미 균열을 조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 상황은 15년 전보다 훨씬 더 힘들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 나아가 미 본토를 핵 공격할 수 있는 단계라고 선언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상황이 됐다. 머지않아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한·미 동맹을 종식시키려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를 부추기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의도는, 핵·미사일 개발에 골몰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그것을 막기 위해 방어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는 한국에 대한 제재의 강도 차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달러로 환산해 볼 때,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지난 1년간 한국기업이 본 피해는 지난 10여 년간 중국이 북한에 가한 제재 규모를 능가한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든 미국을 골치 아프게 만들겠다는 심산으로 국제사회에서 어깃장을 놓고 있다.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북한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며 되레 북·러 무역을 늘리고 있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초강경 대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유산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미 정상은 마치 대북 입장차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갖가지 미봉책을 쓰고 있지만, 양자 간의 시각차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핵시설 예방 공격 관련 발언에 대해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경고한 것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 비판 글을 올린 것을 보면 한·미 균열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다.

미국의 전직 외교관으로서 문 대통령 의중을 이해한다.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할 경우 오히려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위기 국면에 한·미 정상이 직접 대화하지 않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다. 양국은 2002년처럼 서로에 대해 가득 찬 불만 때문에 서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양국은 북한 문제에서 완전히 일치된 의견을 갖고, 북한 정권에 대한 일관된 접근법을 마련할 때까지 토론하고 협의해야 한다.

필자는 1976년 미 국무부에 들어가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 한국과장 등을 역임한 뒤 2006년 퇴직, 한·미 관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저술했으며 현재 세종연구소 세종-LS 객원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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