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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6일(水)
‘AI 스님’시대의 창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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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엽 문화부 선임기자

지난달 일본에서 인공지능(AI)이 장착된 ‘스님 로봇’이 등장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페퍼’에 승복을 입혀 사찰의 장례의식을 집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람의 감정을 인지해 응대할 수 있는 센서와 학습능력을 지녔다. 장례식장에서 유골함을 제단에 올리고 독경과 염불을 하며 유가족들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게 돕는다. 일본은 단가제도(壇家制度)라는 사찰 장례의 전통이 있다. 높은 장례비용으로 늘어나는 노인 인구나 1인 가구에 부담이 컸다. 초고령화로 ‘임종 산업’이 뜨는 일본에 AI 스님이 등장한 배경이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北京)의 용천사라는 사찰에 법명이 센얼(賢二)인 로봇 스님이 등장했다. 언론들은 ‘AI와 종교의 만남’이라고 보도했다. 센얼 스님은 불경을 외울 뿐만 아니라 간단한 법문도 한다. 1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검색엔진 서우거우(搜狗)가 로봇의 개발을 지원했다. 일본과 중국의 로봇 스님은 새로운 과학기술과 산업, 문화의 변화와 필요에 따라 종교와 과학이 자연스레 만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神)을 상정하지 않는 불교가 다른 종교보다 첨단과학의 수용이 빠르다지만, 프로테스탄티즘의 본고장 독일에서는 올 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로봇 목사가 만들어졌다. 블레스유2(BlessU-2)라는 이름의 로봇 목사는 로봇에 대한 신학적 논의를 자극하기 위해 제작됐다. 유대교의 로봇 랍비도 나왔다.

인간의 가장 실존적인 영역인 종교와 성직마저 AI가 넘본다고 봐야 할까. 알파고-이세돌의 ‘세기의 대결’ 이후 기독교와 불교 등 국내 종교들은 AI 시대를 주제로 많은 논의의 장을 펼쳤다. 성직자·신학자와 과학자들이 참여한 논의들은 AI 시대에 닥칠 새로운 윤리와 신앙의 조건, AI의 발전이 어떻게 진행해야 인간과 사회에 도움이 될까 하는 문제들을 다뤘다. 종교와 과학이 머리를 맞댄 신학적·철학적 논의들은 종교는 물론 4차 산업에 인문적 자산으로 직접 기여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단적으로 서구에선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법한 AI 첨단기술의 활용이 이런 인문적 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법적·제도적 정비를 기다리는 ‘지체 현상’이 나타난다. 종교와 과학의 ‘정상적인’ 만남은 AI가 주도할 4차 산업혁명기에 더 중요해졌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가 ‘창조과학’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드러나며 논란이 이어졌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입증하려 드는 창조과학은 종교와 과학의 정상적인 만남이 아니다. 흔히 열성인자를 낳는, 근본주의자들의 동종교배에 가깝다. 이미 기독교 주류 신학은 창세기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거기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는다. 창조과학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수많은 과학자와 인문학자, 신학자들이 이 문제를 신앙의 문제가 아닌 반지성주의의 문제로 비판하며, 특히 학교 교육을 둘러싸고 오랜 싸움을 벌여왔다. 미래의 종교와 과학 모두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과학계와 거점 대학에 알기보다 훨씬 폭넓게 창조과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숙고해 볼 일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과학교육의 문제부터, 그 원인과 현황을 정부나 과학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jyeob@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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