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한국기업>“주력산업 구조조정… R&D 정부 지원 강화해야”

- 전문가 진단

“고부가가치화 산업 전환 시급
기술력 향상으로 시장 넓혀야”

전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한국이 주력산업 고전 및 신성장동력 미비 등의 위기상황을 맞게 된 것은 기업들의 연구·개발(R&D) 경쟁, 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등을 적절히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력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함께 기술혁신과 R&D 역량 확보를 이뤄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일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주력산업의 R&D 투자 규모가 10∼30% 정도에 그치는 등 지나치게 작다”면서 “모방해서 따라가는 모델은 이제 한계가 있는데, 기술투자나 전문인력양성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산업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치적 문제로 중국 내에서 현대자동차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산업경쟁력이라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현대차의 대체품이 무수히 많다는 이유가 있다”면서 “조선, 철강 등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비슷한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 끊임없는 기술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처럼 내수시장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국내외의 시장 규모를 확대해가는 게 중요한데, 이때 필요한 게 기술력”이라며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점점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교수는 “그만큼 R&D 투자 확대가 절실하고, 기업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분명히 파악해 R&D 역량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융합 트렌드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간 협력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1980년대부터 선진국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기술 발전을 주도하기 위해 기업 간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고, 이제는 수십 개 기업 간 협업 프로젝트가 이뤄지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반대로 중복투자를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라도 적극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북한 도발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 등 외부 정치적 상황에 의한 경제적 불확실성도 심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시장이 급변하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북한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맞물려 있다”면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미 글로벌 역량을 확보한 기업에 대한 R&D 지원 강화 등과 동시에 리스크에 노출되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책적 보완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현진·박준우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