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드人事에 겸직까지…文정부 인재풀 이렇게 좁나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취임 4개월이 가까운 현 시점에서 이런 약속이 지켜졌다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갈수록 ‘코드·캠프 인사(人事)’ 가 심각해지고 있다. 급기야 요직을 겸직시키는 등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까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5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에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위촉했다. 정 교수는 지난 6월부터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에 임명돼 1호 공약인 ‘적폐 청산’을 지휘하고 있다. 정 교수는 연말까지 두 직책을 겸임할 것이라고 한다.

정 교수가 맡은 두 직책은 어느 하나에 몰입해도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자리다. 특히, 정책기획위원장은 현재와 미래 국정 전반을 살피고 설계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 교수가 두 업무에 정통하다고도 보기 힘들다. 정 교수 역시 배워가면서 해야 할 업무들이다. 문 대통령이 주변에서만 사람을 찾다 보니 선택 폭이 좁고, 결국 이일 저일 한꺼번에 맡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 참여한 데 이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친노·친문 인사다. 이런 정 교수가 꼭 필요했다면 국정원 업무에서라도 손 떼게 하는 게 정상이었다. 야당 측의 “코드 인사도 모자라 돌려막기”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런 무리한 인사는 정 교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질타가 터져나오는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을 비롯, 사법부 요직도 ‘특정 성향’에 집중되고 있다. 안보 위기가 엄중함에도 주변 4강국 대사를 모두 안보외교 경험이 전무한 ‘친문’인사로 채웠다. 삼고초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역량이 되는 인사여야 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문 대통령 주변의 인재 풀(pool)이 이렇게 취약하냐는 걱정을 하게 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역대 정권 통틀어 가장 균형·탕평·통합 인사’라고 자화자찬했으니 더 걱정이다. 전임 정권 실패는 ‘수첩 인사’에서 시작됐다. 역량이 부족한 ‘약체 정부’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